직접 기른 ‘슈퍼 호박’ 타고 60km 여행한 남성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호박 마차 이야기를 접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호박을 타고 강물을 건너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벨뷰시에 사는 듀안 한센 은 이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옮겨놓았다. 그의 나이 예순 해가 되던 날 일어난 일이다.
5년 동안 이어진 실패, 마침내 싹을 틔운 거대한 꿈
한센의 이색적인 도전은 2017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그는 지역에서 열린 거대 채소 재배 강좌에 참석했다가 엄청나게 큰 호박을 길러 세계 기록을 세운 인물을 만났다. 그 만남이 한센 씨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나도 저렇게 큰 호박을 길러서 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호박은 날씨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금세 썩어버리기 일쑤였다. 흙의 기운을 다듬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수확을 앞두고 호박 표면에 금이 가거나 갈라져 버리는 일도 잦았다. 한센은 무려 5년 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2022년 여름, 성인 한 사람의 몸이 넉넉히 들어갈 만큼 단단하고 큰 호박을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호박의 무게는 무려 383kg, 둘레는 3.7m에 달했다. 한센은 이 호박에 ‘버타'(Berta)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2022년 8월25일 아침 7시30분, 벨뷰시의 미주리강 선착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센의 환갑 생일을 축하하고 그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 마을 주민들이 모였다. 한센의 딸은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울컥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얼마 후 한센은 속을 깨끗이 파낸 호박 속에 자리를 잡았다. 호박 배는 생각보다 물에 잘 떴지만, 중심을 잡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강물의 작은 파도에도 배가 쉽게 기울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위험의 연속이었다. 강바닥에 숨어 있는 돌뿌리에 호박이 부딪힐 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물살이 강해지는 구간에서는 호박이 뒤집힐 뻔한 위기도 맞았다. 한센은 노를 손에 꼭 쥐고 특유의 의지로 균형을 잡아가며 물살을 헤쳐 나갔다.
안전을 위해 가족들과 벨뷰시 공무원들이 별도의 보트를 타고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이동 거리를 기록하며 공식 기록 인증을 위한 증빙 자료를 작성했다.
기록을 넘어선 집념… 물길 끝에 남은 따뜻한 울림
오후 6시30분, 드디어 한센의 호박 배가 목표 지점인 네브래스카시티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한 지 무려 11시간 만이었다. 이동한 총거리는 61.15km에 달했다.
이는 기존의 세계 기록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였다. 이전 기록은 2016년 릭 스웬슨이라는 미국인이 세운 41.03km였다. 한센은 이전 기록보다 20.12km를 더 나아간 셈이다. 배에서 내린 그는 무릎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사실 한센이 호박 배를 만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심지어 비웃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센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박밭을 살폈고, 강물의 물살을 조사하며 조용히 준비를 이어갔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꿈을 직접 증명하는 일이 그에게는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센의 도전은 단순히 신기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를 저어 흘러간 11시간 동안 한센이 마주한 것은 강물뿐만이 아니었다. 5년 동안 흙을 일구며 흘린 땀방울과,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서는 희열이 그 물길 위에 겹쳐 있었다. 그가 강물 위에 남긴 잔물결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꿈을 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나지막한 용기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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