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동 주차장 이혼 아내 살인사건
살아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는 결국 죽어서야 공포에서 벗어났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이아무개씨(여·47)는 1993년 김종선(48)과 결혼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이씨는 결혼과 함께 지옥 같은 생활의 시작이었다.
남편 김씨는 결혼 직후부터 폭력을 행사했다. 아내에게 병적인 집착을 보이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일상적으로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 부부 사이에는 딸 셋을 두었으나 아이들도 아버지의 폭력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김씨는 어린 딸들을 피멍이 들도록 때리고 점점 그 강도가 심해졌다. 심지어 중학생일 때는 밧줄로 묶고 구타를 한 적도 있었다. 김씨는 딸들을 때릴 때마다 “짐승도 때리면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딸들은 몸에 난 상처를 가리기 위해 한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다녀야만 했다.
김씨는 두 얼굴을 가진 남편이자 아빠였다.
집에서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폭군이면서도 밖에서는 자상한 남편, 다정한 아빠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가족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신고를 하고 싶어도 보복이 두려워 할 수 없었다.
김씨는 철저히 계산적이었다.
아내와 딸들에 대한 폭력을 ‘심신미약’으로 포장하기 위해 꾸준히 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아내를 폭행하면서 “너를 죽여도 감옥에서 얼마 살지 않고 6개월이면 나온다”고 말했다.
2015년 아내 이씨는 친구들과 제주도에 다녀왔다. 그날 남편 김씨는 아내를 따뜻하게 맞아주기는커녕 또 다시 욕설과 폭행으로 대신했다.
엄마가 맞는 것을 본 둘째딸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긴급임시조치(주거·직장 100m 내 접근금지 및 전화·이메일 접근금지)했고, 법원은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이 일을 계기로 이씨는 가까스로 김씨와 이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스토킹을 시작했다. 이씨는 세 딸들과 함께 남편을 피해 계속 주거지를 옮겨 다녔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전 남편은 어떻게든 이씨의 주거지를 찾아내 폭언‧폭행‧협박을 일삼았다. 이씨는 이런 김씨를 피해 6번이나 거처를 옮겼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김씨는 이씨 차량 범퍼에 몰래 GPS(위성항법장치)를 붙여 위치를 추적했다.
2018년 3월 이씨는 어렵사리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정착했다.
이곳에서도 전 남편의 집착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이번에도 김씨에게 거주지를 들키고 말았다. 그해 10월22일 새벽 4시40분쯤 이씨는 운동(수영)을 위해 집을 나섰다. 딸들을 위해 자신이 건강해야 한다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하지만 그 길이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이씨가 나오길 기다리며 아파트 입구 출입문 옆에 숨어 있었다. 이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뒤를 따라갔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발까지 쓴 상태였다. 이씨가 지상주차장으로 걸어가자 김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마구 찔렀다.

이씨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고 결국 숨지고 말았다.
범행 후 김씨는 현장을 벗어났다. 오전 7시16분쯤 흉기에 찔린 채 숨져있는 이씨를 지나가던 주민이 발견했다. 그녀의 옆에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그대로 있었다. 이씨의 소지품인 핸드백과 쇼핑백도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김종선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가 아파트 현관을 나오는 이씨를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범행 현장을 서성거리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경찰은 김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김씨는 약 1km 떨어진 곳에서 수면제에 취해서 길거리를 비틀거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노숙자로 오해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발생 약 15시간 만에 검거됐다.
다음날 김씨의 세 딸은 살인자인 아빠를 최고형(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딸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딸들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발생 60일째인 12월20일 세 딸은 아버지 김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들은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 딸입니다. 살인자인 아빠 신상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살인자 아빠의 실명은 ‘김종선’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딸은 “오늘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60일이 되는 날”이라면서 “저희 가족들은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살인자가 돌아가신 엄마와 저희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을 했다한다. 이에 또 한번 저희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살인자인 아빠의 신상공개를 하려한다. 이 잔인한 살인자 김종선이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저희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멀리 퍼트려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서울남부지법에서는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이 있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위치추적장치 부착 10년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둘째딸(21)은 “한때 아빠로 불렀지만 이제는 엄마를 돌아올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보내고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준 살인자 앞에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살인자에게 벌을 준다고 엄마가 돌아오지 않겠지만 우리의 소중한 행복과 미래를 앗아간 살인자에게 법이 정하는 최고의 벌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1,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가정폭력이 살인까지 부른 비극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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