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

노트북 취재 시작

지금 기자들은 수첩에 적기 보다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언론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같은 정해진 장소 뿐 아니라 현장 취재를 나와서도 노트북 취재를 선호하고 있다. 누가 이런 시대를 예견이나 했을까.

미디어 환경도 급변하지만 기자들의 취재 풍속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시대흐름에 뒤쳐져서도 그렇다고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앙일간지들은 대략 1995년쯤부터 기자들에게 개인 노트북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곳은 노트북 지급은 엄두도 못 냈다. 당시만 해도 기자수첩을 꺼내들고 일일이 적는 때였다. 나는 업무효율화를 위해 노트북 취재가 절실했다.

가령 인터뷰의 경우 적게는 30분~1시간, 길게는 3~4시간을 해야 하는데, 수첩에 적었던 것을 다시 텍스트로 쳐서 PC로 옮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녹음기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수첩에 적는 대신 노트북으로 취재하면 옮기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가 있었다. 기사 마감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노트북이 절실했다. 그렇다고 일간지도 아닌 전문지에서 노트북 지급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당시 전문지 기자, 그것도 월간지 기자가 노트북 취재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앞선 생각이었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을 때인 1997년 2월 용산 전자상가에서 거금 73만원을 주고 노트북 한대를 구입했다.

당시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며칠 후 백남치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장과 물류기자협의회 기자단과 공동인터뷰를 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노트북을 들고 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노트북 전원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려고 했더니 ‘삐~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던가. 배터리 충전이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삐~ 삐~’ 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취재까지 방해할 정도여서 재빨리 전원을 끄고는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수첩을 꺼내 받아 적어야 했다. 이렇게 첫 노트북 취재는 실패했다.

그 다음부터 인터뷰 때는 노트북을 들고 갔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노트북 옆에 수첩을 놓고, 중요 내용은 간략하게 메모도 했다.

당시 ‘노트북 취재’는 물류업계 기자들 사이에서는 최초였다. 아마 우리나라 전문지 업계에서도 최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한 2년 정도 사용하다보니 수명이 다해 갔다. 부팅도 느렸고, 배터리 수명도 짧아졌다.

노트북 취재는 주로 인터뷰 때만 활용했고, 현장 취재는 수첩을 들고 다녔다. 나중에는 노트북을 자취방에 두고 올 때가 많았다. 어느 날 퇴근해서 보니 방 창문이 뜯겨져 있었는데,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방 안을 살펴봤더니 가방에 들어있던 노트북이 사라졌다. 막상 창문을 뜯고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책 외에는 가져갈 것이 없자 낡은 노트북을 발견하고는 그거라도 들고 갔던 것이다. 이렇게 내 첫 노트북은 ‘도선생’의 차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