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서 쓰러진 후 6명 살리고 떠난 중학생 백승기군
전북 전주에서 공무원 생활하던 백남식씨는 딸 셋을 낳고 8년 만에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이때 그의 나이 40세였다. 백씨는 아이 이름을 ‘승기’라고 지었다.
2007년 10월8일 전주 효정중 1학년이던 승기는 학교 운동장에서 1천600m 오래달리기를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근무 중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들은 백씨는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는 승기의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172cm의 훤칠한 키에 축구를 잘했던 승기는 누구보다 건강하던 아이였다. 백씨는 평소 아들이 축구할 때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 아이가 하루아침에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믿기지가 않았다.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들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만 흘러내렸다.
백씨는 마음을 추스린 뒤 승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내와 상의했다. 부부는 아들의 죽음으로 여러 사람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 장기기증을 결심하고 가족들에게 알렸지만 주변 친지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부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이들을 설득했다.

아버지 백씨는 “아들이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동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누나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사랑을 더 받아야할 승기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면서 “동생이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어딘가에 승기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0월25일 전북대병원 의료진은 승기의 몸에서 심장과 간, 췌장, 신장, 각막 등을 적출해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불치병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13살 승기는 이렇게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의 천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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