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

물류신문 창간멤버로 참여


나는 잡지사에 입사한 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고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무엇보다 기사에 대한 반응이 너무 늦었다. 월간지다 보니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면 보통 한 달이 넘은 후에야 비로소 독자 반응이 나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시대도 아니었다.

촌각을 다투는 정보를 얻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럴 때마다 힘이 빠졌다. 그런 때에 물류신문 창간멤버로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연봉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한 후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월간 물류정보 입사 1년3개월 만인 1997년 4월쯤 사직서를 냈더니 편집장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김흥철(그만둔 기자)하고 당신을 진짜 기자로 생각하는데, 왜 그만두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내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회사에 불만이 없었다. 다른 곳보다 월급도 적지 않았고, 취재 활동에도 크게 제약이 없었다. 구성원들 간에 사이도 좋았고 신뢰도 높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새로 매체를 창간한다는 것은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도전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표를 낸 다음날 사장이 나를 불렀다. 그는 웃으면서 “정 기자, 왜 회사에 뭐 안 좋은 거 있어. 왜 그만두려고 해? 내가 월급도 더 올려 줄 테니 남아 있으면 안 될까?”라며 붙잡았다. 나는 정중하게 내 뜻을 전했다.

그렇게 첫 직장이던 ‘월간 물류정보’를 나왔다. 1997년 5월부터 ‘물류신문’ 창간멤버로 합류했다. 해사프레스에 있던 김성종 기자도 뜻을 같이 했다. 막상 회사를 옮기고 나니 생각지도 않은 여러 일들에 부닥치게 됐다. 우선 회사 내부 사정으로 복잡 미묘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왼쪽부터 김성종 기자, 장대용 사장, 김성우 본부장, 필자.

물류신문 창간을 주도했던 장대용씨(현 물류신문 사장)는 당시 운송신문에서 발행되던 쉬퍼스저널의 국장이었다. 장 국장과 물류신문 창간에 참여키로 한 김성우 기자(현 물류신문 본부장)는 쉬퍼스저널의 차장이었다.


그러니까 장 국장은 운송신문 소속인 상태에서 독자적인 신문창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물류신문 창간을 위해 이직한 나와 김성종 기자는 한동안 운송신문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만 했다.

운송신문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 사주였는데, 6,70년대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가지가 월요일 아침마다 조회를 했는데, 직원들 중 지휘자를 뽑아 사가와 애국가를 제창하게 했다.

나와 김성종 기자는 이것때문에 월요일 아침마다 곤혹이었고, 2번 정도 참석한 후에는 불참했다. 월요일 아침은 회사 근처에서 김성종 기자를 만난 후 조회가 끝나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주가 기자 출신이면서도 이런 사고방식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이 못 마땅했다. 나는 운송신문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를 필요도 없었다.

한 번은 운송신문 사장이 김성우 차장을 통해 나를 보자고 했다. 사장실로 갔더니 대뜸 “정 기자는 왜 조회에 참석하지 않지?”라고 물었다. 그것보다는 왜 물류신문이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송신문과 동거하고 있는데, 삐딱하게 나가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선장론’을 폈다. “사장님이 선장이라면 송 국장(운송신문 편집국장)과 장대용 국장은 항해사다. 그런데 선장이 배를 잘못 지휘하고 항해사가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면 그 배에 탄 선원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자칫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사장의 경영과 회사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랬더니 별 말 하지 않고 사장실을 나가도록 했다.

며칠 후 아침 조회 때 운송신문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내가 말한 ‘선장론’을 인용했다는데, 해석은 조금 다르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운송신문 사장은 내 행동을 크게 나무란 적은 없다. 자기 뜻과 방침에 따르지 않는 새파란 기자 후배를 보면서 화를 내고 질책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적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이 기자 출신이다 보니 후배 기자의 당돌한 모습을 좋게 평가했다는 생각도 든다. 물류신문은 얼마 후 운송신문에서 완전 분리독립해서 독립법인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