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비팀강에 버려진 ‘죽음의 철교’ 콴딘스키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끝자락, 트랜스바이칼 지역에는 현지인조차 고개를 가로젓는 강이 흐른다. 이름은 비팀강이다. 이 거친 강줄기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다리로 꼽히는 ‘콴딘스키 다리’가 위태롭게 걸려 있다. 길이 570m, 높이 약 2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구조물은 얼핏 보면 다리가 아니라 강 위에 길게 늘어선 철골 가시공간 같다.
이 다리가 악명을 떨치게 된 이유는 바로 숨 막히는 너비 때문이다. 다리의 폭은 고작 1.8m 안팎이다. 보통 중소형 자동차의 좌우 너비가 1.8m를 넘나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퀴가 다리 양 끝에 딱 맞게 걸치는 수준이다. 추락을 막아줄 가드레일이나 난간 같은 안전장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운전석 문을 열면 바로 20m 아래의 시커먼 급류가 내려다보인다. 핸들을 고작 몇 cm만 잘못 꺾어도 차체가 그대로 강으로 곤두박질치는 구조다. 비팀 강의 물살은 워낙 빠르고 거칠어, 일단 구조물 아래로 떨어지면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낮다.

다리 표면의 상태는 위험을 한층 더 키운다. 낡은 금속 골조 위를 덮고 있는 것은 오래된 나무 판자들과 철도용 침목들이다. 40년 가까이 공식적인 보수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많은 나무가 썩어 부서지거나 구멍이 뚫려 있다.
소련의 야망이 남긴 유산, 방치된 40년의 세월
이 기괴한 다리는 애초에 자동차가 다니라고 만든 곳이 아니다. 1980년대 소련 정부는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대규모 철도 사업인 ‘바이칼-아무르 철도'(BAM)를 건설하고 있었다. 콴딘스키 다리는 당시 자재를 실은 기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임시로 놓은 철교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옆에 튼튼한 정식 철교가 완공되면서 이 임시 다리는 쓸모가 없어졌다.

소련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이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 공식 지도에서도 다리의 존재는 지워졌다.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인근 콴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 다리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였다. 주변에 제대로된 도로망이 없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주민들은 생필품을 구하고 이웃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 부실한 다리를 목숨을 걸고 건너기 시작했다. 국가가 버린 다리를 주민들이 스스로 보수하며 사용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다리는 전 세계 모험가들과 오프로드 운전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시험대’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리를 건너는 아슬아슬한 영상이 퍼졌고, 매년 수많은 드라이버가 이 짜릿한 스릴을 즐기기 위해 시베리아로 향했다.
이곳을 건너는 운전자들에게는 독특한 암묵적 규칙이 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차량 트렁크에 반드시 여분의 나무 판자와 못, 그리고 망치를 싣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다가 앞길에 나무가 썩어 구멍이 뚫려 있으면, 운전자가 직접 차에서 내려 구멍 난 곳에 새 판자를 대고 못을 박아 길을 만든 뒤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앞서간 이들이 고쳐 놓은 길을 뒷사람이 건너고, 뒷사람은 다시 새로운 구멍을 메우는 기묘한 협동이 이 강 위에서 수십 년간 이어졌다.

특히 겨울이 되면 위험은 극에 달한다. 시베리아의 강풍은 차체를 사정없이 흔들고, 눈과 얼음이 나무 판자 위를 덮어 다리는 거대한 빙판길로 변한다. 시속 10km 이하의 거북이 속도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몇 시간에 걸쳐 다리를 건너는 드라이버들의 모습은 이 지역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대자연이 내린 마침표, 사라진 모험의 길
그러나 이 위험천만한 모험의 역사도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2018년 5월, 시베리아의 봄이 찾아오면서 강 상류의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때 떠내려온 집채만 한 얼음 덩어리들이 거센 급류를 타고 다리의 아랫부분을 강하게 강타했다.
수십 년간 보수 없이 버텨온 노후한 철골 교각은 자연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다리의 중간 상판 수십 미터(m)가 처참하게 부서져 강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사고로 다리는 완전히 끊어졌으며, 이제는 그 어떤 차량도 이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널 수 없다.
러시아 당국은 막대한 비용 문제로 이 다리를 다시 복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간이 만든 무모한 길을 대자연이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한때 수많은 이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통로였던 콴딘스키 다리는 이제 강 한가운데 끊어진 채 멍하니 서 있다. 웅장하게 흐르는 비팀강의 물줄기만이 부서진 철교 틈 사이를 소리 없이 지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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