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게 걸려든 그 여자의 위조학력
2007년 8월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문제가 연쇄적으로 불거졌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인기 영어강사, 유명 만화가, 디자이너 등.
시사저널도 유명인의 학력 검증에 나섰다. 나는 대학생 인턴기자 한 명을 붙여달라고 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재학생인 장아무개 인턴 기자(여)가 나와 한팀이 됐다.
나는 장 기자에게 “자, 지금부터 학력을 속일 만한 유명인들의 명단을 뽑아보자”며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면서 몇 가지 선별기준을 제시했다.
국회의원 등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은 우선 순위에서 배제했다. 이들은 이미 여러 검증대에 올려졌기 때문에 새롭게 학력위조가 들어날 가능성이 적었다. 우리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에 초첨을 맞추었다.
한참 대상을 간추리고 있는데 장 기자가 나한테 오더니 “선배, 이 사람 어떨까요?”라며 해당 인물의 이력과 경력사항이 담긴 프린트를 내보였다.
그는 여성 강사 섭외 1순위에 올라있었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 A씨였다. 나는 장 기자에게 “이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여자 매일 아침 방송에 나오는데 우리 엄마가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라고 했다. 하하하. 나는 껄껄 웃으며 “그래 좋아, 일단 이 여자도 포함하자”고 했다. 우리는 추가로 몇 사람을 더 간추려 뽑았다.
이어 명단의 우선 순위를 정해 본격 검증에 들어갔다. 한 명 한 명 검증대에 올렸으나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A씨 뿐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프로필부터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언론사, 저서, 강사 인물 정보란 등까지 샅샅이 찾아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확인에 들어갔다. 속속 걸려들기 시작했다. A씨가 공개한 학력과 경력이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마치 고구마 줄기를 잡아 당기자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오는 것 같았다. A씨는 그동안 가짜 학위와 경력으로 자신을 포장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A씨를 상대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가짜라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내가 이력을 위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저서에 인쇄된 프로필은 출판사 탓으로 돌렸고, 언론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물정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사와 출판사, 강의를 요청한 해당 기관은 본인에게 인물 정보를 받는다고 했다. A씨는 또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자 포털사이트에 있는 자신의 프로필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자 A씨는 이를 극구 부인하며 네이버에 인물 정보 수정을 요청한 적도 없고 대리인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 누가 했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네이버측에 확인해보니 A씨의 대리인이 수정을 요청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의 뻔뻔함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의 학력위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와 반성은 커녕 계속해서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다. 자신의 학력이 부풀려지고 과포장된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시사저널 기사가 인터넷판으로 먼저 보도되자 거의 전 언론사가 받아썼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전에 불거진 인사들보다 A씨가 대중적인 인지도는 가장 높았다.
각 언론사들은 A씨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나는 여태껏 학력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억울하다고 했고, 눈물까지 보였다.
우리는 그의 뻔뻔한 모습에 다시 한번 치를 떨었다. 이대로 계속 놔두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그의 가면을 완전하게 벗기기로 했다.
곧바로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관련 제보도 속속 들어왔다.
첫번째 기사가 2쪽이었는데, 후속기사는 무려 4쪽이나 나갔다. 그의 실체가 세상에 완전히 드러난 것이다. 이 기사가 나온 후에는 꼬리를 내리고 자숙에 들어간다고 했다. 세 번째 기사가 나올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사람은 ‘처신’을 잘 해야 한다. 첫 기사가 나온 후 고개숙이며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완전히 발가벗겨 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한동안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조용히 강단에 복귀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의 학력위조 문제는 참 엉뚱한 것이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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