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대학교수 황산 테러 사건
2014년 12월5일 오후 5시40분쯤 수원지검 형사조정 404호실에는 전직 수원과학대 교수인 서아무개씨(37)와 조교 강아무개씨(21·대학생) 등이 마주했다. 서 전 교수는 강씨를 명예훼손과 모욕혐의로 같은 해 6월 경찰에 고소했다.
학교 학적과 사무실에서 강씨가 자신에게 창피를 줬다는 게 이유였다. 서 전 교수가 강씨에게 일을 시키고 급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1월 화성동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으로 송치됐다.
이날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검찰청사에서 형사조정이 열렸다. 형사조정은 합의를 통해 형벌을 자제하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시행됐다. 민간 위원들을 통해 조정이 성립되면 고소를 취하하게 된다. 이날 조정에는 강씨 부모도 함께했다. 이렇게 조정실에는 형사조정위원 2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있었다.
조정위원이 강씨 측과 조율하는 동안 서 전 교수는 잠시 밖에 나가 있었다. 얼마 후 서씨는 황산을 들고 조정실로 들어왔고 황산 약 0.5리터를 강씨와 가족들을 향해 뿌렸다. 이어 강씨의 머리 위에 황산을 부었고, 남은 것은 강씨 아버지에게 뿌렸다.
조정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서 전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태연하게 지켜봤다.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황산을 피하지 못했고, 강씨는 전신 40%의 화상을, 그의 아버지(47)도 얼굴과 다리 등에 20%의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씨 어머니 조아무개씨(48)와 형사조정위원 이아무개씨(50·여), 법률자문위원 박아무개씨(62) 등은 가벼운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서 전 교수 본인도 손에 경미한 화상을 입어 응급처치를 받았다.
황산은 플라스틱 용기에 360ml 정도 담겨있었다. 현장 사진을 보면 갈색의 액체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바닥에까지 어지럽게 뿌려져 있었다. 위험 물질인 황산을 검찰청사안으로 반입했지만 검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서 전 교수는 “강씨와의 갈등 때문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씨에게 재판부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흉기 등 통상적인 인명살상 도구가 아닌 흡입하지 않으면 사망 우려가 적은 황산을 사용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주위적 혐의인 살인미수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예비적 혐의인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죄를 적용했다.
또한 “피고인은 준 사법절차가 이뤄지는 곳에서 사전에 계획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는 수차례 피부이식을 받는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여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변제했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황산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강산성 액체 화합물인 황산은 10% 희석액만으로도 각종 후유증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독성물질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보복 범죄’에 악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황산 테러가 얼마나 잔혹한 지는 대구 어린이 김태완군 사건을 통해 알려졌다.
1999년 5월 20일 대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에서 한 남성이 길을 지나던 김태완군(당시 6세)에게 황산을 뿌리고 달아났고, 태완이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시력을 잃은 채 고통스러워하다 사건 발생 49일 뒤인 7월8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태완이는 황산테러로 인해 얼굴이 날달걀처럼 녹아내렸고, 기도가 타버려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공개된 태완이의 사진을 보면 6살 어린이가 감당할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이다.
2009년 경기 성남 ‘여직원 테러’ 사건도 황산이 얼마나 잔혹한 범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 대표 이 아무개씨는 2년 전 퇴사한 여직원 박정아씨(당시 28세)가 투자금과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해 4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이에 앙심을 품고 2009년 6월 회사 직원 3명과 공모해 박씨에게 황산을 뿌렸다.
박씨에게 뿌려진 것은 98%의 황산으로 닿는 순간부터 살을 파고 끝없이 타들어가는 황산의 특성 때문에 겉옷과 속옷은 물론 황산을 막기 위해 들었던 두 팔과 얼굴, 가슴, 허벅지 등 전체 피부의 20%에 해당하는 부위가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로 인해 다섯 차례에 걸친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평생 계속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젊은 미혼여성인 박씨가 받을 고통은 죽음보다 클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산은 살해 목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점에 비춰 살인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수원에서 발생한 황산테러에 대해 검찰이 ‘살인미수’가 아닌 ‘집단·흉기등상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재판부가 황산을 살인의 도구로 않기 때문이다.
성남 테러사건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고, 피의자인 회사 대표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황산테러에 살인미수가 적용되지 않는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황산테러’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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