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 ‘십년지기’ 생매장 사건
경기도 성남에 살던 이아무개씨(여·56)는 모란시장에서 지인 10여명과 모임을 만들었다.
이 중에는 A씨(여·49)가 있었다. 지적장애가 있던 A씨는 평소 이씨를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두 사람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이씨는 이런 A씨를 악용했다. 2016년 5월 이씨는 음흉한 음모를 꾸민다. 별거 중이던 남편 박아무개씨(59)와 이혼해 위자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를 위해 A씨를 남편이 사는 강원도 철원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맺게 했다. A씨에게는 당시 사실혼 관계의 동거남이 있었다. 이씨는 이렇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얼마 후 이씨는 아들 박아무개씨(26)에게 중고차를 사주기 위해 A씨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들 박씨는 당시 세금 체납 등의 이유로 차량 계약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A씨는 “못 하겠다”고 거절했다.
같은 해 6월 이씨는 A씨의 동거남 집에서 현금 100만원 상당이 든 저금통을 훔쳤다.
집에서 물품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A씨 동거남은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씨는 절도 혐의로 입건된다. 그러자 이씨는 A씨에게 “경찰에 가서 네가 시킨 일이라고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다시 거절당했다.
이씨는 이때부터 A씨에 대해 앙심을 품는다.
그러던 중 이씨는 A씨 동거남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왜 A씨에게 당신 남편을 소개시켜줬냐”고 따지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그런 적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이 주도하는 모란시장 모임에 소문날까봐 덜컥 겁이 났다.
결국 A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시흥에 혼자살고 있던 아들을 끌어들인다. 모자는 범행 일주일 전부터 실행계획을 모의했다. 이씨는 범행에 사용할 수면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지병으로 처방받던 약에서 수면제만을 따로 모아뒀다.
약 한 달 후인 7월14일,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날이다. 이씨는 A씨를 렌터카로 유인해 태운 뒤 믹스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수면제가 든 커피를 권했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이씨가 건네는 커피를 마시고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잠든 A씨를 싣고 강원도 철원에 있는 남편 소유의 텃밭으로 데려갔다. 남편 박씨 역시 범행에 가담했다. 아내 이씨가 “A씨가 당신과 성관계 한 일을 주변에 소문내고 있다. 지금 수면제를 먹여 데려왔으니 살해하자”고 말하자 이에 동의했다.

박씨와 아들은 텃밭에 구덩이를 파고 A씨를 산채로 매장했다. 이씨는 A씨를 살해한 후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A씨가 돌아다니는 걸 본 적 있다”고 주변에 헛소문을 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녀가 어느 날 부터 보이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회복지사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A씨가 살아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거래내역과 전화통화 내역 등을 확인했으나 생활반응이 없었다. 단순 사건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았다.
경찰은 살인사건에 무게를 두고 9월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A씨 주변을 탐문했다. 그리고 이씨가 7월19일 A씨를 본적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아들 박씨가 7월14일 렌터카를 이용해 철원에 다녀온 사실도 확인했다.
또 이씨가 같은 날 오전 7시30분쯤 성남에서 휴대전화로 통화 한 뒤 오후 3시20분쯤 철원에서 통화한 내역 등을 확인해 모자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숨진 A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시점도 이씨 모자가 성남에서 철원으로 이동하던 중인 오후 1시20분으로, 꺼진 장소는 동선과 겹치는 남양주 인근이었다.
경찰은 이씨 모자를 일단 ‘감금’ 혐의로 체포한 뒤 2017년 11월28일 오후 2시쯤 이씨 남편의 철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박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경찰을 따돌린 뒤 자택 인근 창고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이씨 모자를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여 범행을 자백 받았다. 이들의 진술에 따라 박씨 자택에서 직선거리로 900m 떨어진 텃밭에서 A씨 시신을 수습했다. 매장된 지 4개월 만에 발견된 A씨 시신은 다소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으나 육안으로 보기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이씨 모자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씨는 반성은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남편과의 성관계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A씨가 남편과 눈이 맞아 관계를 맺게 됐고, 이를 숨기기 위해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22년, 아들 박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씨 모자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018년 8월1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은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이씨에게는 징역 30년, 아들 박씨에게는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오히려 형량이 더 가중된 것이다.
재판부는 “살아 있는 생명을 살아 있는 채로 매장해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등 범행이 잔인하고, 혈육에 준하는 관계였던 피해자와의 신뢰를 저버린 점 등으로 볼 때 비난받을만한 동기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모란시장 십년지기 생매장 사건으로 지역주민에게 충격을 줬고, 범행 후에도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으며, 아직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물질적, 정서적, 교육적으로 궁핍한 환경에서 성장해 준법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치밀한 가족의 살인극은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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