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연인 살해 후 18일간 시신 방치하고 자살로 위장한 남성


서울 송파구에는 강아무개씨(남·38)가 살았다.

그는 2017년 5월 노래방에 갔다가 도우미로 일하던 A씨(여·37)를 알게 된다. 강씨는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강씨는 평소 A씨에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며 “작은 아버지가 영화감독인데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돌려받거나 작은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너는 일을 안 해도 된다”며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A씨는 강씨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강씨는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가 말한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이었다. 물론 작은 아버지가 영화감독도, 경제적인 도움을 약속한 적도 없었다.

모두 A씨의 호감을 얻기 위해 꾸민 말이었다.

A씨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27일 자신의 집에서 강씨와 대화도중 그동안 속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게 낙담한 A씨는 “나는 업소 다니는 여자고, 너는 빚만 있는 남자다. 아무 희망이 없다“며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격분한 강씨는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집 안에 방치했다. 다음날 강씨는 휴대전화, 통장,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던 A씨의 핸드백을 훔쳐 집을 나왔다.

그는 한 쇼핑몰에서 딸에게 줄 43만원짜리 장난감을 A씨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일주일 뒤에는 2회에 걸쳐 320만원을 인출해 조건 만남 여성에게 지급했다. 강씨는 A씨의 계좌에서 총 39회에 걸쳐 3천684만원을 빼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A씨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오자 자신이 A씨인 것처럼 위장해 경찰에게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강씨는 A씨를 살해한 후 18일간 사체를 방치하고 그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강씨의 범행은 결국 덜미가 잡혔고 살인, 사기,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강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자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일 뿐만 아니라, 침해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서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연인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로부터 경제적인 처지 등을 비난받자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피해자의 금품을 훔쳐 자신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체포될 때까지 18일간 피해자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실종신고를 받고 피해자를 찾는 경찰에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수사를 방해했다”며 “또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