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의성 수도검침원 성폭행 살인사건


경북 의성군 의성읍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여·52)는 공무원인 남편(54)과의 사이에 2녀1남을 두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으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남편은 성실한 직장이면서 자상한 아버지였다.

김씨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경제적으로 쪼들리자 고민이 생겼다. 2006년 당시 김씨의 큰 딸은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막내아들은 포스텍 3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일이 바로 수도검침원이다.

김씨는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달에 1천200여 가구에 대한 수도 검침을 일일이 다녀야 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45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여기에다 김씨가 맡은 농촌지역은 집이 띄엄띄엄 있다 보니 다닥다닥 붙은 도심지 보다는 일이 더 힘들었다.

그래도 김씨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훌륭히 커가는 자식들이 있어 행복했다. 남편은 가끔 힘든 아내를 위해 휴가를 내고, 함께 검침을 다녔다.

2013년 5월9일에도 남편은 하루 휴가를 냈다. 다음날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오자 부부는 구역을 나눠 검침하기로 했다.


김씨와 남편은 맡은 지역의 검침을 위해 분주하게 다녔다. 그러다 김씨 남편은 오후 5시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어느 정도 일을 했는지 궁금했고, 고단한 일을 하는데 ‘힘내라’는 말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됐다.

이렇게 1시간이 흐르고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하는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아내는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타부타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집에도 귀가하지 않았다. 남편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오후 6시3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김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안평2리를 집중 탐문했다. 김씨는 원래 안평2리에서 검침을 마친 뒤 인근의 화전2리로 이동해 검침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김씨의 동선을 따라 마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를 분석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집집마다 2~3번씩 탐문수사를 벌였다. 실종 현장 인근 도로와 야산 등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수사는 더 진척되지 않았고, 새로운 목격자도 없었다.


그러자 경찰은 가족과 상의해 실종 4일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김씨의 실종 전단지도 만들어 이름과 인상착의 등을 공개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뒤에는 경찰견 4마리도 현장에 투입했다. 이것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수사는 답보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던 5월18일 오전 9시30분쯤. 안평2리의 한 주민이 밭으로 향하던 중 이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야산 기슭에 평소에 없던 것이 눈에 띈 것이다. 그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물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물체를 덮고 있던 참나무 잎을 살짝 들춰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곳에는 알몸상태의 여성 시신이 있었다. 주민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의 신원은 금방 확인됐다. 열흘 전 수도검침을 나갔다가 실종된 수도검침원 김씨였다. 살아있을 것이라고 실날 같은 희망을 품었던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김씨가 발견된 곳은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주택에서 불과 9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야산이었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경력을 투입하고 수색견까지 동원했지만 수색범위에 있는 김씨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김씨가 살해되고 발견된 시기는 5월 초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던 시기다. 연일 2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에 시신의 부패도 빨라졌다. 실제 김씨의 시신은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경찰 수색은 실패했고, 실종 수사 허점이 또 한 번 드러나는 순간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김씨의 몸에서는 다른 남성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경찰은 용의선상에 있던 손아무개씨(30)의 유전자를 국과수에 보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그는 숨진 김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마을의 주민이었다. 경찰은 손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손씨는 자신의 집에서 수도검침 중이던 김씨를 성폭행한 뒤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처음에는 “검침하러 들어온 여성이 갑자기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려는 것을 경찰에 신고하려는 것으로 알고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씨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손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생활전선에 나섰던 50대 초반의 김씨는 성욕을 채우려는 야수에 의해 이렇게 비명에 갔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주변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평소 상냥하게 웃던 김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김씨 남편의 상심은 더욱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혼자 가가호호 방문해서 검침하는 일을 하는 수도검침원, 전기검침원, 가스검침원 등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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