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등반하다 ‘4억 보물상자’ 발견한 남성
1966년 1월24일, 인도 뭄바이를 떠나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에어 인디아 항공사의 보잉 707 여객기가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내리기 직전 하늘에서 사라졌다.
항공기는 프랑스 샤모니 위쪽에 자리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 산마루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탑승자 117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에는 인도의 천재 핵물리학자이자 원자력 위원회 의장이었던 호미 바바 박사도 있었다.
당시 수색 대원들은 거센 눈보라와 험난한 지형 때문에 시신과 비행기 파편을 수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거대한 빙하가 사고의 흔적을 깊숙이 삼켰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몽블랑을 찾는 등반가들은 얼음이 녹을 때마다 비행기 바퀴나 철제 파편, 승객들의 수화물을 가끔 발견하곤 했다.
녹아내린 얼음 속에서 빛난 초록과 빨강의 광채
그렇게 4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2013년 9월, 프랑스의 한 젊은 등반가가 몽블랑의 보송 빙하를 오르고 있었다. 이 등반가는 얼음 틈새에서 평범하지 않은 철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를 열어본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상자 안에는 작은 봉지들이 가득했고, 그 안에는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같은 값비싼 보석 100여 점이 들어 있었다. 봉지 위에는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라는 도장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훗날 감정가로 약 30만 유로(EUR), 우리 돈으로 약 4억 원에 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도 없는 설산에서 눈을 감고 주머니에 넣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 등반가는 달랐다. 그는 보석 상자를 배낭에 담아 곧바로 산을 내려왔고, 샤모니 지역 경찰서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정부에 신고했다.

사실 이 사고 지역은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로 가득한 곳이다. 1966년 사고가 나기 16년 전인 1950년에도 똑같은 에어 인디아 항공기가 몽블랑의 거의 같은 위치에 추락해 48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몽블랑의 특정 구역이 ‘저주받은 빙하’로 불리기도 했다.
더욱이 1966년 사고 당시에는 인도의 핵 개발을 이끌던 핵심 과학자가 탑승했던 탓에,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외국 정보기관의 공작에 의한 추락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파다했다.
실제로 보석 상자가 발견되기 1년 전인 2012년에는 인도 외교부의 직인이 찍힌 외교 행낭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행낭 속에는 1960년대 당시의 국가 기밀문서와 인도 신문 등이 젖은 채로 들어 있어 인도 정부로 긴급히 송환되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비밀을 품고 있던 빙하가 이번에는 억만장자의 소유물로 추정되는 보석 상자를 세상에 뱉어낸 것이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보석들이 당시 런던으로 향하던 인도의 한 보석상이나 부유한 승객의 소유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8년을 기다린 법의 심판, 그리고 양심의 몫
프랑스 정부는 보석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해 인도 정부와 협력하여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승객 명단을 대조하고 유족들의 연락처를 추적했다. 하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고, 정확한 소유 관계를 증명할 서류나 기록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8년 동안 그 누구도 이 보석이 자신의 것이라고 증명하지 못했다.
결국 샤모니 시당국은 프랑스 점유이탈물 법에 따라 결단을 내렸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유실물을 습득한 뒤 일정 기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발견자와 해당 토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을 절반씩 나누도록 되어 있다.
2021년 12월, 샤모니 시는 보석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어 15만 유로(EUR), 약 2억 원어치의 보석 소유권을 등반가에게 넘겼다. 시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행동한 그의 양심을 높이 평가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보석을 돌려받은 등반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석을 탐내지 않고 신고한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덤덤하게 소회를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등반가의 미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지 과학자들과 언론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지표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몽블랑의 빙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매년 수십 센티미터(cm)에서 수 미터(m)씩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두꺼운 얼음 옷을 벗은 산은 이제껏 감춰온 인류의 아픈 기억들을 하나씩 드러내는 중이다. 오래전 실종된 등반가들의 유해나 수십 년 전의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몽블랑의 빙하가 녹아내리며 세상에 나온 빛나는 보석들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인간의 정직함을 시험하는 거울이 되었다. 뜨거워지는 지구 속에서 차가운 빙하가 우리에게 건넨 것은, 어쩌면 수억 원의 보석보다 더 값진 인간의 양심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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