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역사사건

가짜 문화재 놓고 관람료 받은 사찰

국립공원내의 많은 사찰들이 이른바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관리법에 의해 해당 사찰이 국보나 보물 등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공개시 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을 수가 있다.

문제는 문화재 관람 목적이 아닌 일반 등산객 등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하면서 마찰이 생기고 있다.

2008년 5월 어느 날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 가짜 문화재를 전시해놓고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나는 사진 기자를 동반해 취재차량을 타고 해당지역으로 갔다.

우선 제보자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해당 국립공원 관광지의 95%는 사찰 땅이었다. 이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른 기준으로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있었다.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지정문화재(보물)를 공개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취재진이 만난 등산객들 중에는 문화재의 존재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돈을 내야만 산에 오를 수 있기에 돈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해당 보물이 있는 대웅전으로 올라갔다. 이 사찰에 문화재가 있다는 안내판은 이곳 앞뜰에 있는 것이 유일했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해당 문화재를 확인했더니 작은 글씨로 ‘영인본’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실제 ‘가짜’를 전시해놓고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었던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진짜는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었다.

문화재 보호법 제43조1항에는 ‘문화재의 공개를 제한하는 경우 외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사찰은 사본을 전시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고, 어디에도 사본을 전시해놓고 있다는 안내문이 없었다.

이 사찰의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이 사찰은 우회 등산로에 임시 매표소를 설치하고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즉 돈을 내지 않고는 누구든 산으로 오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신규 매표소 설치는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인데도 이를 무시했다.

또한 자치단체장인 시장의 인장을 도용해 입장권을 위조하는 범죄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가증권법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대범죄였다.

실제 입수한 위조 입장권은 노란색 바탕의 용지에 입장료 금액이 인쇄돼 있고, 시장의 가짜 인장이 찍혀 있었다. 위조 입장권의 일련번호가 3101번임을 감안할 때 최소한 3천명이 넘는 입산자들에게서 불법으로 입장료를 징수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해당 지자체를 방문해 모두 확인했다.

이제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따져야 할 차례다. 나는 취재수첩에 주지에게 확인할 사항들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그를 직접 만나려고 다시 사찰로 향했다. 먼저 사찰 내에 있는 지 알아보려고 주차장에 갔으나 주지의 승용차가 보이지 않았다. 사찰관계자는 “주지스님은 외부에 나가셔서 지금 안 계신다”고 했다.

나는 수첩을 펼친 후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두번 신호가 가자 전화를 받았다. 기자 신분과 이름을 밝히고 하나 하나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차분하던 주지의 목소리가 ‘가짜 문화재’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인장 도용’에서는 말을 심하게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스님,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시간은 충분하니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진정시켰다.

갑작스런 상황에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나는 이미 모든 걸 취재해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주지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고, 모순 투성이였다.

이런 내용들은 시사저널에 보도됐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해당 사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00산의 등산 코스가 반드시 000(사찰)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000이 보유한 문화재가 사찰 일부 건물인 대웅전 내부에 공개되어 있는점 △000은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고도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등산객들로부터 일률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한 것은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기 위한 매표소의 위치를 사찰 입구로 옮기거나, 문화재를 관람하려는 등산객과 그렇지 않은 등산객을 구별하여 징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사찰에 권고했다.

이 판결은 문화재 관람료 분쟁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전국 사찰에 모두 해당되는 것이었고, 문화재 관람료 분쟁에서 팽팽하게 평행선을 긋던 사찰과 시민단체들간의 법적 싸움의 근거가 마련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