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10대 의붓딸’ 인질 성폭행 살인사건
불행은 김아무개씨(44·이하 K씨)가 전과 13범인 김상훈(46)과 재혼하면서 시작됐다. K씨는 전남편 박아무개씨(49)와 1994년 결혼해 1남2녀를 두었으나 2006년에 이혼하고, 이듬해인 2007년 김씨와 재혼해 법적 부부가 됐다.
김씨는 K씨와 결혼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들였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자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다. 생계는 K씨에게 맡기고 PC방 등을 오가며 인터넷 도박 게임에 빠져 지냈다. 돈을 잃으면 K씨에게 도박 자금을 요구했고, 주지 않으면 무차별 폭행했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갈비뼈가 나가고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2012년 5월 K씨가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작은 딸(당시 13세)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후 김씨는 K씨를 수시로 때리고 협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들고 “애들 아니었으면 널 이미 죽였다, 같이 죽자”며 협박하기도 했다. 2014년 8월에도 K씨는 김씨에게 맞아 3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의처증도 심했다. K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갔는데, 업무 특성상 사람을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K씨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외도를 의심해 무차별 폭행했다.
전남편도 만나고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다른 남성을 만나 바람을 피운다고 몰아붙였다. 전남편 집에 경제적인 지원을 한다는 의심까지 했다. 이를 부인하면 폭력을 행사했고 “신고하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했다. K씨는 남편의 폭행이 심해지자 딸들을 데리고 모텔과 친구집을 전전해야 했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15년 1월7일 K씨는 “만나주지 않으면 딸들을 죽이겠다”는 김상훈의 말에 보복이 두려워 안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씨는 안산시 사동 자신의 집으로 K씨를 데려가 손과 발을 묶고 4시간30분 동안 감금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K씨의 허벅지 등을 흉기로 때리고 찔러 상처를 입혔다.
다음날 오후 K씨는 용기를 내 친구와 함께 안산상록경찰서 민원실에서 흉기에 찔린 사실을 말하며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수사담당관은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할 수 없다”며 “고소장을 내라, 아니면 다음에 폭행을 당할 때는 바로 112로 신고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폭행을 참다못한 K씨가 “변호사를 보낼 테니 이혼하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자 김씨는 자신의 성폭행 범행 등이 탄로 날 것이라고 판단, 딸들을 인질 삼아 K씨를 협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2015년 1월12일 오후 김씨는 자신의 집에 있던 부엌칼을 챙기고 편의점에서 목장갑 2켤레를 샀다. 그리고 오후 3시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찾아갔다. 이곳은 김씨 아내 K씨의 전 남편 박씨가 살고 있는 집이다.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자 박씨의 동거녀(32)가 “누구세요”라고 물었고, 김상훈은 “동생”이라고 속여 집안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박씨와 서로 “형‧동생”으로 부를 만큼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 때문에 박씨의 동거녀는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김씨는 몸에 지니고 있던 흉기로 박씨의 동거녀를 위협하고, 손발을 결박해 작은방에 감금했다.
오후 10시12분쯤 박씨가 들어오자 다시 흉기를 꺼내들었다. 이때 위험을 감지한 박씨가 김씨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목과 등을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김씨는 숨진 박씨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방치했다.
오후 10시47분과 11시28분쯤 사이 순차적으로 작은 딸(16)과 큰딸(17)이 귀가하자 넥타이와 신발끈 등으로 묶어 박씨 동거녀가 있는 작은 방에 함께 가뒀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3~5시쯤 김상훈은 작은 딸을 성폭행하고 알몸을 촬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후 김씨는 작은 딸의 결박을 풀고 가슴을 만지며 추행했다.
큰딸은 “김상훈이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 ‘너는 내 여자다’ 등의 말을 하고, 동생을 향해 사정까지 했다”고 전했다. K씨는 “김상훈이 작은 딸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여자로 사랑했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9시17분쯤 김씨는 K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K씨가 김씨 전화번호를 ‘수신거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큰딸 휴대전화를 이용해 K씨에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3분 뒤 K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그제서야 통화가 가능해졌다. K씨와 전화 통화중 심한 말다툼이 이어졌고, 이어 전화가 끊겼다.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K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흥분한 김상훈은 오전 9시38분에서 52분 사이 침대위에서 작은 딸을 흉기로 찔렀다. 침대 아래로 떨어지자 침대 시트로 코와 입을 눌러 살해했다.

K씨는 김상훈과 전화가 끊긴 후 112로 “남편이 전 남편의 집에서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집 주변을 에워싸고 골목길을 통제했다.
안산상록경찰서는 협상 담당 형사와 지역 경찰관 등 10여 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경기지방경찰청도 별도로 소속 ‘위해 협상팀’ 4명을 현장에 보냈다. 경찰은 오전 10시15분쯤 김씨와 통화하며 협상을 시작했다. 오전 1시30분쯤에는 협상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학교 위기협상연구센터 교수가 현장에 투입됐다.
김상훈은 경찰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먼저 소주와 담배를 넣어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인질범을 흥분시킬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두 번째는 “애 엄마를 들여보내 달라”고 했으나 이 요구 또한 들어주지 않았다. K씨를 들여보내는 순간 살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인질로 잡혀 있는 큰딸과 박씨의 동거녀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봤다.
큰딸은 김씨가 연결해 준 엄마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목에 칼을 대고 있다. 경찰이 들어오면 나도 죽인다고 했으니 제발 경찰 들어오지 말라”며 극도의 공포감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엄마, 나 살고 싶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경찰은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 K씨와의 전화통화해서 김씨가 “전남편과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털어놓자, 더 이상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경찰청은 자체 특공대를 보유하지 않아 서울경찰청 소속 특공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특공대는 작전에 돌입했고, 출입문과 창문 등으로 동시 진입해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인질인 큰딸과 박씨 동거녀를 구출하고, 숨진 박씨와 작은 딸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로써 5시간 동안의 인질극 상황은 종료됐다.
김상훈은 안산 상록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김상훈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법상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되면 관련법에 의거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김상훈은 너무도 뻔뻔했다. 두 명을 살해하고 작은 딸을 성폭행했지만 죄책감과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자신도 아이들 엄마의 희생양이라며 모든 책임은 아내인 K씨에게 돌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할 얘기가 있다.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이번 사건에 (작은 딸이) 죽은 건 경찰 잘못도 크고, 애 엄마의 음모도 있고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자기의 범행은 아내의 불륜 때문이며, 작은 딸을 살해한 것도 경찰과 아내가 자극해 통제를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는 억울한데 자신한테 몰아가고 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현장검증에서는 유족들을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여 공분을 샀다. 비공개로 진행된 현장검증에는 K씨와 숨진 박씨 사이의 아들(22)도 나와 있었다.
그는 김상훈이 호송차에서 내리자 “김상훈 이 개XX야. 왜 우리 엄마 괴롭혀”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자 김씨는 태연히 웃으며 “네 엄마 데려와”라며 큰소리로 되받아쳤다. 김씨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와서도 항의하는 피해자 가족과 주민들을 살기어린 눈빛으로 쏘아보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프로파일러 면담과 사이코패스 평가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처의 행동과 사고까지 통제하려는 망상적 태도, 낮은 죄책감 등 공감능력 결여, 교활함과 범죄행위에 대한 합리화, 폭력성 등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자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숨진 박씨는 자상에 의한 과다출혈, 작은딸은 흉기에 찔리기도 했으나 직접 사인은 ‘비구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나왔다. 또 작은 딸의 몸 안에서 김상훈의 체액이 검출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인질살해, 특수강간, 감금, 폭행, 상해 등 10여 가지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자택에서 일본도(날 76㎝)를 불법 소지한 사실도 확인해 혐의에 추가했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여전히 변명으로 일관했다. 첫 공판에서 작은 딸에 대한 강간혐의에 대해서는 변호인을 통해 “합의하에 성관계 한 것”이라고 했으며,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일본도로 허벅지를 찌른 것도 “일본도 날이 길어 꺼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다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피해자 유족 2명이 참석했는데, 재판장이 발언기회를 주자 “그냥 사형시켜 달라. 저 인간은 사람도 아니다. 반성도 모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김상훈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두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의붓딸을 성폭행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피해자 가족들도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양형이유로는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범행 동기를 아내 탓으로 돌리며 반성하지 않는 등 감경할 만한 사유가 보이지 않지만 성범죄 전력이 없는 점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지병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2심과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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