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순천 여고생 조수민양 실종사건


전남 순천에 살던 조수민양은 공부도 잘했고 일명 ‘책벌레’로 통했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 인근 도서 대여점에서 100권을 빌려다 볼 정도였다. 아버지가 순천지역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어 집안 형편도 넉넉했다.

2002년 조양은 순천시 저전동에 위치한 순천여고에 들어갔다. 평준화 이전에는 순천고와 함께 명문학교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었다. 부모는 조양이 순천여고에 들어가자 집안의 자랑으로 여겼다.

같은해 9월13일 밤 10시, 조양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를 서둘렀다. 교문 앞에서 친구에게 빌려준 책을 되돌려 받은 뒤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조양은 이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가시간이 지났는데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부모는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어찌된 일인지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이후에도 수십 번 연락했으나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걱정하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부모는 인근 파출소로 찾아갔다. “우리 딸이 집에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안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애타는 부모에 비해 경찰은 태평했고 오히려 “가출 한 것 아니냐”고 물으며 냉담하게 반응했다.

이에 화가 난 부모는 “당신 딸이라면 그렇게 말 하겠느냐”며 항의했다. 실종은 초기대응이 아주 중요하다. 이때 경찰이 적극 나섰더라면 조양 사건이 지금처럼 장기 미제로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조양 부모는 통신사에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휴대전화의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좌리 일대였다. 순천여고 앞에서 23km 떨어져 있고, 승용차로 26분 거리다. 늦은 밤 조양이 이곳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

경찰은 나중에서야 이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부모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지 모른다며 일대 병원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조양 실종이 장기화되자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 가출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밤 10시 넘어 교복을 입고 가출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더욱이 조양은 가출할 이유도, 그런 징후도 전혀 없었다.

여러 정황상 조양은 밤길에 집으로 가다 누군가에게 차량으로 납치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보성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추정 모습.

돈을 노린 납치범의 소행이라는 얘기도 떠돌았다. 만약 돈이 목적이었다면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이 왔어야 한다. 하지만 범인은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성범죄 피해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조양의 부모는 딸의 실종이 장기화되면서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동안 실종자를 찾는 방송에도 수차례 출연했지만 조양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가족들은 지금도 조양이 살아있다는 실날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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