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살린 후 장기기증하고 떠난 버스기사 한원기씨
개인 화물트럭을 운전하던 한원기씨(55)는 2016년 1월 전북고속에 입사한다.
같은해 11월12일 오후 9시25분, 한씨는 4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정읍으로 향했다. 약 40여 분이 지난 오후 10시4분쯤, 정읍시 정우면의 한 도로를 달리던 한씨는 급성 뇌출혈을 일으켰다.
그는 어지럼증과 복통에 말문이 열리지 않자 뒤를 돌아보며 연신 ‘도와달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이런 한씨의 행동을 승객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는 도중 운전기사가 정신을 잃는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한씨였기에 의식을 잃는 순간에도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초인적인 정신으로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다행히 승객들은 무사했지만 한씨는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그때서야 운전기사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승객이 한씨에게 다가온 후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서둘러 119에 신고했고 7∼8분가량 지난 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한씨를 구급차에 실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송된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어 전북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의료진은 깨어날 가망이 없다며 뇌사판정을 내린다. 다급하게 병원으로 달려온 한씨의 아내와 자녀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다.
한씨의 소식을 전해들은 중학교 동창생들도 병원에 도착해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치료 과정을 지켜 본 동창생들은 조심스럽게 ‘장기기증’ 의사를 물었다.

가족들은 평소 한씨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적극나섰던 것을 떠올리며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을 떠올렸다. 이어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것이 한씨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한씨의 아내(54)는 “남편 친구들의 제안을 받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한씨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해 불치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한씨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사람을 살린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씨의 한 친구는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를 대신해 노모를 극진히 돌볼 정도로 희생 봉사 정신이 강했던 친구”라며 “마지막 길에도 장기기증을 하고 떠나니 애틋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