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 못잊어 ‘냉동 인간’ 만든 남편의 변심
중국 산둥성에 사는 구이쥔민의 삶은 2015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해 그의 아내 잔원리엔이 폐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2년 동안의 투병 끝에 아내는 47세라는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구이 씨의 슬픔은 깊었다. 그는 아내를 이대로 흙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친 것이 바로 ‘인체 냉동보존’이었다. 지금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지만, 먼 미래에 의료 기술이 발전한다면 아내를 다시 살려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몸 전체를 냉동하는 시도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구이 씨는 아내를 중국 최초의 냉동인간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수많은 의료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고, 미국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저온 의학 전문가 아론 드레이크 박사까지 중국으로 건너와 수술을 이끌었다.

60시간의 긴박했던 수술,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비용
아내 잔 씨의 주치의가 사망 선고를 내린 직후, 냉동 수술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세포가 상하는 것을 막으려면 시간이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사망 선고가 내려진 지 2분 만에 아내의 몸에 피가 굳지 않게 돕는 약물과 세포 손상을 줄이는 성분을 주사했다. 이어 얼음을 이용해 몸의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렸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할 장치를 연결해 인위적으로 숨결을 이어갔다.
이후 아내의 몸은 인펑생명과학연구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몸속의 피를 모두 빼내고 그 자리에 특수 부동액을 채워 넣는 치환 수술이 진행됐다. 만약 피를 그대로 둔 채 몸을 얼리면 수분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세포를 찌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기계 장치를 통해 몸의 온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한 지 수 시간 만에, 아내의 체온은 영하 190도(℃)까지 내려가 안정됐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몸은 액체질소 2천 리터(L)로 가득 찬 특수 용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온도는 영하 196도(℃)였다. 사망 선고부터 이 순간까지 걸린 시간은 총 60여 시간이었다. 이로써 잔 씨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전신이 냉동된 인간이 되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냉동 시술에 들어간 비용은 약 200만 위안(CNY), 우리 돈으로 3억 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여기에 냉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액체질소를 갈아주는 비용만 매년 5만 위안(CNY), 약 850만 원이 추가로 필요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구이 씨는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연구소 측이 이 사건을 첫 연구 사례로 삼으면서 공익재단의 기부 형식으로 대부분의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적인 인체 냉동 기관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며 과학 기술의 쾌거로 포장했다. 구이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부활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냉동된 지 50년이 지나는 2067년에는 잠에서 깨어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구이 씨는 “언젠가 폐암을 완치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 아내가 깨어나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 역시 죽으면 냉동보존을 선택해, 아내가 눈을 떴을 때 곁에서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애틋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아내를 향한 그의 일편단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은 과학계의 차가운 현실이 숨어 있었다. 당시 수술을 진행한 연구소 측은 ’50년 뒤 부활’을 약속한 적이 없다. 냉동 기술은 인체를 얼리는 것까지만 성공했을 뿐, 얼어붙은 세포를 손상 없이 다시 녹여내는 해동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67년이라는 시간은 남편이 바라는 희망의 시한일 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게다가 사망 선고 직후에 뇌 세포가 이미 일정 부분 손상되었을 가능성도 커, 기술적으로 깨어난다 하더라도 이전의 기억과 인격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4년 만에 찾아온 새 사랑, 순애보에 등을 돌린 대중들
시간이 흘러 2021년, 잔 씨가 차가운 액체질소 속에 잠든 지 4년째 되던 해에 반전이 일어났다. 구이 씨에게 10살 연하의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미 함께 살고 있으며 재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 파장은 컸다.
어디서나 아내를 그리워하던 남편의 모습을 기억하던 대중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인터넷 공간은 순식간에 비판의 글로 도배되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새로 만난 여성의 이름과 나이, 직장 등 개인 정보를 찾아내 온라인에 퍼뜨리기까지 했다. 변치 않을 것 같던 약속이 고작 4년 만에 깨졌다는 사실에 대중은 서늘한 눈초리를 보냈다.
논란이 커지자 구이 씨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구이 씨는 “만약 내 아내가 살아 있어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오히려 나를 축하해주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잘 살아가라고 격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 역시 반대의 처지였다면 아내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내가 아내처럼 냉동인간이 되어 누워 있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남겨져 외로움 속에서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구이 씨는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그 사람이 깨어날 날만 기다리는 외로운 삶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인간에게 영원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사실 구이 씨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면서도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전해진다. 미래에 아내가 깨어나면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며, 자신 역시 죽으면 냉동되어 아내 곁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연인 또한 이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남편의 시간은 하루하루 앞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영하 196도(℃)의 탱크 속에 누워 있는 아내의 시간은 2017년 5월에 그대로 멈춰 있다.
먼 미래에 기술이 기적적으로 발전해 아내가 눈을 뜨는 날이 정말로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아내가 마주할 세상은 자신이 알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젊고 아름다웠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주름진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의 곁에는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차가운 액체질소 관 안에서 긴 잠을 자고 있는 아내,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찾아 현실의 삶을 이어가는 남편. 과학이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 속에서, 영원을 약속했던 사랑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법칙 앞에서 조용히 그 형태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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