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땅속 시신 꺼내 지장찍어 계약서 위조한 엽기 여성


부산에 사는 주부 A씨(40대)는 자신을 ‘주식 전문 변호사’라고 속이고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의사 B씨(50대)는 A씨에게 수억원을 빌려주며 주식에 공동 투자했다. 투자 초기 A씨는 B씨에게 수백만원의 수익금을 줬다. 하지만 점점 수익금이 줄더니 제대로 배분되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급기야 B씨가 수익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자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A씨는 완전범죄를 노리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2022년 5월3일 경남 양산에 있는 지인에게 “서울에서 좋은 나무를 가져올테니 밭에 땅을 파라”고 했다. 밭 주인은 굴착기를 불러 1m 이상의 구덩이를 팠다. 3일 후인 5월6일 오후 A씨는 지인의 승용차를 빌린 뒤 집을 나섰고, 특정 장소에서 가발을 쓰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집을 나올 때와 다르게 모습을 바꾼 것이다.

오후 8시쯤, A씨는 B씨를 금정구의 한 지하 주차장으로 불러낸 뒤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차량 앞 번호판에는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찍은 사진을 종이로 출력해 붙여 다른 차량인 것처럼 위장했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경남 양산으로 옮긴 후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유기했다. A씨는 밭 주인에게는 “서울에서 내려오기로 한 나무가 사정상 못 내려오게 됐다”고 둘러댔다.

하루 뒤인 7일 새벽 A씨는 집에서 잠을 자다 B씨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화 중 주식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B씨 아내로부터 주식 거래 관계 등에서 의심을 받게 됐다. 이에 A씨는 B씨 아내와의 통화가 끝난 뒤 주거지에서 허위 주식계약서를 만들어 B씨 시신을 묻은 밭으로 갔다.

A씨는 시신을 꺼낸 후 왼손 엄지에 인주를 묻혀 허위 주식계약서에 인장을 찍어 문서를 위조했다. 이처럼 A씨는 대담하게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남편이 귀가하지 않고 휴대전화 연결도 되지 않자 B씨 아내는 “남편이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 동선을 추적하던 중 최근 양산의 한 밭에서 누군가 굴착기로 구덩이를 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밭 주인에게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구덩이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검거했다.


A씨는 범행을 부인하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투자금을 갚지 않는다고 독촉하자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A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여성인 A씨가 홀로 B씨의 시신을 유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조력자가 있는지를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및 사체은닉,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심은 “A씨는 다른 사람을 통해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고 B씨의 사체를 유기할 장소를 미리 섭외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범행이 적발되지 않도록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다른 번호로 변경하는 등 범행 계획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사건의 동기가 불량하고 계획적인 범행이긴 하지만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동종 범행 등 특별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것은 아니다”며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기징역형에 처한 원심을 파기하고 장기간 유기징역형을 선고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번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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