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에게 이식받은 ‘간’ 다시 기증하고 떠난 이건창씨
서울 강서구에는 이건창씨가 살았다.
그는 40대부터 간염을 앓기 시작해 2012년에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급기야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병원에서는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고 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던 이씨는 2013년 9월 한 뇌사자로부터 기적적으로 간을 기증받았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젊은시절 하던 보험업 분야에 다시 취업한 후 틈틈이 취미인 레코드판 수집을 하면서 의욕있게 살았다.
이씨는 또 수술받은 병원에서 장기기증 관련 심포지엄에 수혜자로 참석해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도 했다.
당시 그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누군가 나에게 기증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2019년 초부터 이씨는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혈액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해 9월24일 투석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힘들어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119를 통해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뇌사판정을 내렸다.
가족들은 이씨가 생전에 약속했던 대로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씨의 간은 또 다른 대기자에게 이식됐다. 이씨는 이식받았던 간을 재기증함으로써 받은 은혜를 사회에 되돌려주고 하늘로 떠났다. 향년 62세.

이씨 가족은 지난 6년을 ‘선물 받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장기 기증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6년간의 삶을 보내면서 2015년과 2017년,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군입대를 보러 논산과 춘천에 가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이어 “6년 전에 이식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누군가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장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는 것이기에, 남편에게 기증해 주신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받으실 분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자신이 받은 뇌사자의 장기를 그대로 재기증한 사례는 이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6건 있었다. 장기 기증받은 사람이 다른 장기를 기증한 사례도 10건이 있다.

받은 장기 재기증의 경우 이식 수술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장기 기능이나 수혜자의 건강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주는 것이기에, 나 또한 받을 수도 있는 소중한 나눔이다.
이건창님처럼 기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남도 살릴 수도 있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기증 문화 확산을 통해 하루에 5.2명씩 이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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