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의 시신
2008년 7월1일 인천 강화도에서 실종됐던 모녀의 시신이 14일 만에 발견된다.
나는 다음날 오전 사진기자와 함께 취재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날따라 가랑비가 내리면서 을씨년스러웠다.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강화도 창후리 바닷가 해안 둑 아래 수로는 도로에서 1km쯤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었다.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어른 키보다 큰 갈대밭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경찰 병력이 동원돼 제방을 수색하는 중이었다. 나는 둑 위에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다 사진 기자를 먼저 밀어넣었다. 그가 “선배, 냄새 안 나세요?”라고 묻기에 코로 힘껏 숨을 들이켰다.
그랬더니 비릿한 시신 썩은 냄새가 콧구멍을 타고 온 몸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아직도 그 냄새가 잊혀지지 않는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시신을 수습해 갔지만 냄새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나는 곧바로 시신 발견장소에 내려갔다. 범인들은 모녀를 살해한 후 시신을 이곳에 유기했는데, 약 10m 간격으로 둑 위에서 갈대숲으로 던졌다. 이때 엄마 윤씨(47)는 누운 상태로, 딸은 엎드린 상태가 됐다. 배를 땅에 대고 있던 김양(16) 시신은 부패가 훨씬 빨랐다.
발견 당시 엄마의 시신이 있던 장소는 상태가 양호했으나 딸이 발견된 곳은 주변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김양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치마는 체크무늬였는데, 시신이 있던 곳은 교복 치마 천이 삭아서 갈대에 걸치고 땅에 붙어 있었다. 그 위에는 김양의 시신에서 나온 구더기들이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당시 김양은 강화여고 1학년이었다. 범인들은 엄마를 납치한 후 1억원을 요구했다. 윤씨가 “은행에서 찾아 주겠다”고 하자 학교에 있던 딸을 인질로 삼으려고 했다.
범인들은 윤씨에게 딸을 불러내도록 강요했다. 엄마는 휴대전화로 학교에 전화해 수업받고 있던 김양을 조퇴시켰다. 영문도 모르고 김양이 교문을 나서자 범인들은 자신들의 승용차에 태워 납치한다.
이렇게 범인들은 김양을 인질로 삼아 윤씨에게 1억원을 강탈했다. 목적을 달성한 일당은 각각 다른 차량에서 엄마 윤씨와 김양을 목졸라 살해했다.

이 사건에 앞서 같은 해 4월1일 윤씨의 남편이자 김양 아버지인 김씨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씨는 인근에서 알아주는 소문난 부자였다. 그가 죽자 윤씨 주변에 돈을 노린 사람들이 접근해왔다. 범인들도 그중의 하나였다.
결국 단란했던 한 가정은 가장의 죽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돈 때문에 모녀까지 참혹한 죽음을 맞고 바닷가에 버려졌던 것이다.
김양은 반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학교에서의 마지막도 아쉬웠다. 수행평가가 있던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온 전화벨이 울리고 ‘빨리 조퇴하고 나오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학교를 나간 것이다.
이것이 친구들, 선생님과 마지막이었다. 대학 국문과에 진학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었던 열 여섯 살 소녀의 꿈은 이렇게 돈에 눈먼 어른들의 탐욕에 짓밟히고 말았다.
범인들 중 주범에게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공범 2명은 1심 형량인 무기징역이 유지됐고, 범행에 가담하지 않고 모의에만 참여한 1명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