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방화·화재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사건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 3차 아파트는 국민 임대 방식으로 지어 2005년 10월 입주했다.

758가구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다. 주로 생활이 어렵고 나이 들어 혼자거나 자식들과 떨어져 있는 노인들이 살고 있다.

2019년 4월17일 새벽 4시32분쯤, 이 아파트 303동 4층에 사는 안인득(43)은 자신의 집, 거실과 방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신문지에 불을 붙였다. 안씨는 “불이야”라고 소리치며 2층과 1층 출입구로 내려왔다.

깊이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갑자기 불이 났다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급히 집을 나와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피신했다. 그런데 출입구에는 안씨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서 있었다.

그는 대피하러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 칼을 휘둘렀다.

무방비 상태에서 얼떨결에 당한 주민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었다. 안씨는 피해자들의 목이나 머리 등 급소를 노리고 찔렀다.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고 칼에 찔린 주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아파트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안씨의 흉기에 초등학교 6학년인 금아무개양(12)과 고등학교 3학년인 최아무개양(19) 등 10대 여학생 2명과 50대·60대 여성, 70대 남성 등 5명이 사망했다. 17명은 칼에 찔려 부상을 당하거나 화재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다.

소방차가 출동해 약 20분 만에 불을 껐으나 안씨 집 내부를 모두 태우고 복도 20㎡를 그을렸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아파트 인근 개양파출소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오전 4시35분쯤 아파트로 들어선 경찰 4명은 2층 복도에서 양손에 흉기를 든 채 서있는 안인득과 마주쳤다.

경찰은 안씨에게 “흉기를 내려놓고 자수하라”고 설득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약 15분간 안씨와 대치하던 경찰은 먼저 공포탄을 발포했다. 안씨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저항했다. 경찰은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쏴서 안씨에게 명중시켰다. 하지만 전기충격침이 안씨의 두꺼운 옷을 뚫지 못해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했다.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하자 안씨는 더욱 흥분해 경찰을 향해 들고 있던 흉기 1자루를 던졌다. 경찰은 다시 권총을 꺼내 안씨의 대퇴부(허벅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안씨가 T자 형태 복도의 사각지대에 몸을 숨기면서 총알은 빗나갔다.

경찰이 추가로 실탄을 쏘려고 하자 안씨는 남은 흉기를 집어 던졌다. 안씨가 비무장 상태가 되자 경찰은 장봉으로 제압해 검거했다. 이때가 오전 4시50분쯤이다.

경찰은 안씨를 진주경찰서로 연행했다. 안인득은 범행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불이익을 많이 당하며 살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서에 가서는 “변호사를 불러 달라”며 진술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경찰 조사결과 안인득은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했다. 이어 아래층 계단으로 내려오는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씨는 범행 2~3개월 전 흉기 2개를 미리 구입했다. 또 사건 당일 ‘원한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휘발유를 구입한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아파트 1층 출입구 등의 CCTV 분석을 통해 안씨가 17일 0시50분쯤 흰색 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뒤 오전 1시50분쯤 통을 들고 귀가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에 따라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안씨의 실명, 나이, 얼굴 등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안씨를 면담한 결과 ‘관리가 안 되는 중증’으로 판명됐다.

안인득은 위험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경남 진주에서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20대까지는 평범한 청년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30대 초반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진주 도심에서 “기분 나쁘게 쳐다 본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이후 안씨는 이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한 사람의 머리를 흉기로 찔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승합차를 몰아 피해자의 일행에게 돌진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진단을 받았고,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을 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이후에는 주변인뿐 아니라 가족과도 주먹다짐이 잦아졌다.

정신병력 치료도 받았다. 경찰은 안씨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정신 질환으로 그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됐고 이후 기초생활 수급비에 의존해 살았다.

2015년 12월에 이 아파트로 이사 왔으나 별다른 직업 없이 혼자 생활했다. 어머니와 형이 따로 살고 있었지만 가족들과도 왕래가 거의 없었다.

안씨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말썽을 일으키며 주민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부터는 갈등이 심해졌다. 9월부터는 위층 주민들을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안씨는 “5층 주민이 자신의 집에 벌레를 넣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5층 주민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범행 전에는 이상 행동이 정점에 이르렀다. 3월에는 위층 집과 엘리베이터에 식초와 간장을 섞어 던졌다. 희생자인 여고생 최양의 집에다가는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렸다. 5층에 살던 최양의 부모는 안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실제 공개된 CCTV에는 안씨가 쫓아오자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는 최양의 모습과, 안씨가 벨을 누르는 모습, 그리고 1시간 30분 후 다시 찾아와 문 앞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렇게 안씨는 2019년에만 7차례나 이웃 등과 시비를 벌여 경찰에 신고됐다. 다섯 번은 안씨의 위협을 받은 이웃들이 직접 신고했고, 두 번은 술집 등에서 일어난 폭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의 다섯 번 신고 중 네 번은 사안이 가볍다며 경찰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3월10일 오후 10시20분 상대동 모 호프집에서 불법주차 시비로 손님, 업주와 시비가 붙었다. 이에 안씨는 흉기를 들고 손님에게 위협한 뒤 주먹으로 폭행해 특수폭행 혐의 약식기소됐다.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극을 벌인 안인득 측은 과거 조현병 치료 경력을 들어 ‘조현병으로 인한 범행’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형법(10조)은 심신미약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주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에서 진행한 전문가 정신 감정에서 “안인득이 자신을 괴롭히는 범죄 집단과 결탁한 아파트 주민들이 지속해서 자신을 괴롭혀 왔다는 피해망상을 앓았고, 이로 인해 아파트 주민을 가해자로 인식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범행 직후 안인득의 심리 분석을 맡았던 대검 심리 분석관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분석관은 “범행 당일 안인득은 심신미약 수준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만성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정동 이상 증상은 없었다.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에 대한 판단을 직접 내릴 수는 없지만 피해망상이 극심해 대상이나 사물을 변별하지 못하는 그런 환자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즉 안인득의 지능이 정상인 범주에 있었고 일반적인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안인득을 살인·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기소 직후 시민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시민배심원이 참여한 가운데 창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안인득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시민 배심원 9명 전원은 안씨가 유죄라는데 전원 동의했다. 배심원 8명이 사형, 1명은 무기징역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을 반영했다.

재판부는 궁극적 형별인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안인득에게 사형 선고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지만, 안인득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병 망상으로 범행을 했더라도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여 불길을 피하려 내려오던 아파트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5명을 죽이고 4명은 살인미수, 2명은 상해, 11명은 화재로 인한 상해를 준 피해 결과는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안인득은 재판장이 ‘사형’ 주문을 읽자 선고 결과에 불만을 품고 큰소리를 지르다 교도관들에게 끌려나갔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범행 당시 안인득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등을 미뤄볼 때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 심각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잔혹한 범행이지만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형을 감경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안인득은 이것도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원심을 인용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