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참석하러 방문한 ‘필리핀 처제’ 성폭행한 형부
제주도에는 전아무개씨(38)가 살았다. 그는 필리핀인 여성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 부부가 된 상태였다.
2017년 2월 전씨는 아내와 정식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필리핀 처가 식구들을 제주로 초대했다. 2월14일 A씨(여‧20)는 언니의 결혼식을 앞두고 아버지, 오빠, 여동생과 함께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A씨 가족은 전씨 집에 머물렀다.
전씨는 이날 저녁 아내에게 필리핀 친구들과 식사하도록 한 뒤 제주시내 호텔까지 예약했다.
전씨는 15일 새벽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아내의 가족들이 있었다. 그런데 전씨는 거실에서 혼자 잠들어 있는 처제 A씨를 보자 욕정이 타올랐다. A씨의 옆에 누운 전씨는 처제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A씨가 잠에서 깨 당황해하자 전씨는 손을 잡고 안방으로 끌고간 후 침대에 눕혔다. A씨는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옆 벽에 몸을 붙여 누워 있었다. 이때 A씨 언니의 전남편 딸이 방으로 들어온다. 전씨는 딸을 재운 뒤 처제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언니의 결혼식을 축하하러왔던 A씨는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충격을 받았다. 언니의 결혼식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그녀는 결혼식 날인 18일 언니의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A씨는 이후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3월16일 전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의 언니는 결혼 약 두 달 만인 4월3일 전씨와 이혼했다.
전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재판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A씨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고,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를 억압해 성폭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과거 성추행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데다, 무섭고 당황스러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아버지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까닭에 무슨 일이 생길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해 10월1일 1심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고, 위협이나 폭행 등으로 피해자 항거를 억압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부는 “161cm의 키와 67.5kg의 체중을 가진 피고인이 폭행 없이 단지 피해자의 팔을 잡고 몸을 누르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범행을 당했다는 2월15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단둘이 차를 타고 결혼식에 사용할 답례품을 찾으러 갔다 해수욕장 인근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는 강간 피해를 당한 사람이 그 직후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A씨에게 불리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자 ‘이주여성 친족 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공대위는 “범행 상대가 형부가 될 남성이기에 처제인 여성은 언니의 부당한 대우를 고심, 적극적인 대응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재판부를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는 판단이 달랐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한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피고인의 도망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곧바로 법정구속했다. 다만, 전과가 없고 성충동 개선의 여지가 있어 신상정보 공개 고지명령은 면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먼 이국(필리핀)에서 방문한 처제를 강간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범행 당시 피해자는 조카와 언니를 위해 참고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릴적 성추행 피해경험이 있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언니 결혼식을 불과 3일 앞둔 상황에서 (피해자가) 급격한 공포심과 당혹감에 빠졌을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성적 모멸감과 함께 큰 정신적 충격,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극도로 긴장되고 위축된 상태에서 판단력이 현저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게 객관적으로 충분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로 피해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 불면증으로 진단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고인은 항소심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의 피해 내용과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것도 유죄를 받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씨는 항소심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전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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