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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콩나물밥 독극물 사건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는 한 한식전문 식당이 있었다.

2013년 2월20일 저녁 이 식당에서 6명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마을주민 정 아무개씨(70) 등 4명의 단골손님은 방안에서, 식당주인 이아무개씨(여‧78)와 주방장 이아무개씨(여‧70)는 방문 앞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이날 저녁은 콩나물밥이 주 메뉴였고, 반찬으로는 멸치볶음, 나물무침, 식혜 등이 나왔다.

이들은 식성에 따라 양념간장과 고추장 등을 넣어 콩나물을 비벼 먹었다. 한참 저녁을 맛있게 먹던 이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구토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복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아이고, 나 죽겠네”하면서 혓바닥이 오그라들고 몸부림을 쳤다.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데 팍팍 쓰러졌다”고 전했다.

이 광경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식당 옆 주점 사장이었다. 그가 저녁 7시20분쯤 식당에 찾아갔는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처음에는 보은군 보건소로 갔다가 6명 모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청주 시내 대학병원으로 다시 이송했다. 당시 병원관계자는 “서로 ‘죽겠다’고 하면서 토하고, 설사했는데, 냄새도 진동했다”고 말했다. 구토했을 때는 콩나물 등 잔존물이 나왔다.

이들 중 정씨가 사건 발생 5일 만에 사망하자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우선 당시 저녁식사를 했던 6명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주민들이 먹던 음식물에 액체 상태의 살충제인 메소밀이 들어갔다는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이것은 색과 냄새가 없는 무색무취의 농약이다. 독성이 강해 2012년부터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다. 진딧물이나 담배나방 방제에 사용하는 원예용 농약으로 몸무게가 50kg이 나가는 동물도 1.3g만 투여해도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맹독성이다. 소량만 섭취해도 호흡곤란과 구토를 유발한다.

이날 저녁상에 오른 음식 중 어디에 메소밀이 들어갔던 것일까.

어디에 농약이 들어갔는지를 알아야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 이날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먹은 음식은 콩나물밥이다. 경찰은 ‘콩나물’이나 ‘쌀’에 메소밀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식당에서 콩나물을 산 곳과 쌀을 구입한 정미소를 상대로 조사했다.


만약 이곳에서 판 콩나물이나 쌀에 문제가 있다면 이걸 구입해서 먹은 다른 사람들도 같은 증상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즉, 콩나물과 쌀은 이상이 없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보은에서는 콩나물이 팔리지 않아 상인들이 2차 피해를 입었다.

콩나물밥 독극물 사건이 일어난 충북 보은군의 한 식당.

콩나물밥을 먹기 위해서는 필수 재료가 ‘양념간장’이다. 물론 식성에 따라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기도 한다. 유일하게 숨진 정씨의 경우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양념간장을 훨씬 많이 넣었다.

당시 식사자리에서 양념간장은 조금만 넣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먹은 사람이 있었다. 김 아무개씨였다. 그는 6명의 환자 중 가장 먼저 퇴원했다. 양념간장을 많이 넣은 정씨는 사망하고, 가장 적게 넣은 김씨는 금방 퇴원했다.

이것은 양념간장에 메소밀이 들어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점심에도 저녁메뉴에 있던 반찬이 나왔고, 이것을 먹은 사람들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른 반찬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양념간장에 ‘메소밀’을 몰래 넣은 것일까.

주민들 사이에서도 범인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처음에는 범죄연관성 보다는 단순실수에 의한 사고에 무게가 실렸다. 일반 상가나 가정에서 쥐를 잡거나 구충제를 없애는 용도로 메소밀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평소 이 식당에는 쥐가 있었는데, 주인이 쥐를 잡기 위해 메소밀을 구입했고, 이걸 주방장이 조미료로 착각해 음식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과 주방장은 다른 피해자들보다 더 많은 메소밀을 섭취하면서 상태가 위중했다. 주방장의 경우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다. 조리 당시의 일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다.

식당 주인 동생은 “식당에서 메소밀을 구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메소밀을 조미료로 착각해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양념간장에 메소밀을 넣었다는 것이 된다.

범인은 식당을 잘 알고 있거나, 당시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일 수 있었다.

왜냐면 범인은 저녁식사 메뉴가 ‘콩나물밥’인 줄 알고 있다가 식당 가까이에 머물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식당 안에서 식사했던 6명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자기가 먹는 음식에 메소밀을 타서 위험을 자초했을 리가 없다. 용의자는 양념간장을 가장 적게 먹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중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추장을 비벼먹었던 김씨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사건 당일 점심도 해당 식당에서 먹었다. 그는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까지 있었으니 가장 오래 식당에 있던 사람이었다. 점심에는 주방장이 끓여준 콩나물죽을 먹었다.

양념간장 대신 고추장을 많이 넣은 이유에 대해 김씨는 ‘틀니’때문이라고 했다. 틀니에 간장 양념이 들어가면 깨물게 되고 그러면 이것이 잇몸을 찔러 아프기 때문에 간장을 적게 넣는 대신 고추장을 듬뿍 넣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김씨에게 별다른 혐의점은 없었다.

그 다음으로 의심받은 사람이 바로 식당 옆 주점 사장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콩나물이 익어가던 시간에 식당을 다녀가기도 했다. 또 식당 사장과는 다툰 적이 있어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주점 사장은 식당에 갔다가 밥이 되는 시간을 더는 못 기다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식당에 왔다고 했다.

식당 주인과 다툰 것은 화투를 치는데 돈을 좀 잃었고, 식당 주인이 계속 약을 올려서 화투판을 패대기쳤다고 한다. 그 후 한 달 정도 식당 출입을 안 하다가 화가 풀어지면서 다시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조리를 시작한 것은 오후 6시30분쯤이다. 밥을 먹기 직전 콩나물밥에 들어갈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범인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양념간장에 메소밀을 넣었다고 볼 수 있다. 무턱대고 식당 안에 있던 사람을 의심할 수 없는 것은 식당의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식당 출입문을 기준으로 보면 맨 뒤쪽에 주방이 있고, 그 왼쪽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에 가려면 반드시 주방을 거쳐가야 한다. 누군가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면서 주방에 들러 양념간장에 메소밀을 넣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시 방에 있던 손님 4명은 콩나물밥을 기다리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알다시피 고스톱은 3명이 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한 사람은 고스톱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 식당에 들렀을 수가 있다. 아예 화장실 가는 것도 모르게 주방에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주방을 거쳐야 한다.

외부인이 몰래 접근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식당 화장실 뒤쪽에 뒷문이 연결돼 있는데, 평소에도 잘 잠그지 않고 열어놓았다고 한다. 식당 외부에서 제3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양념간장에 메소밀을 넣을 수 있는 구조였다.

때문에 식당 내부인의 소행인지, 아니면 외부인의 소행인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범인은 당일 저녁메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당 뒷문을 통해 주방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보은 인근에는 수많은 억측이 난무했다. 주민들은 한동안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 했다. 경찰 수사에도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경찰은 식당 주변에 있는 폐쇄회로(CCTV) 확보해 분석하고, 콩나물 재료 유통과정, 보은 농약상에서 메소밀을 구입한 주민 등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실시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140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메소밀이 든 양념간장을 먹었다는 것은 밝혔지만, 메소밀이 들어간 경위 등은 밝혀지지 않으면서 미제로 남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정씨의 아들은 2013년 8월 충북경찰청장과 보은경찰서장에게 편지를 보내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물론 가족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빨리 범인을 검거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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