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아버지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전 국가대표 권투선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살던 A씨(21)는 전직 국가대표 권투선수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인 2013년 대한복싱협회에 정식 선수로 등록한 후 2018년 12월까지 6년간 선수로 활동했다. 2016년에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별다른 직업없이 지냈다.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병변 장애가 있던 A씨의 아버지 B씨(55)는 2020년 9월 아내와 이혼했다.

A씨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돌봄이 필요한 아버지를 방안에 가둔 채 생활했다. 외출할 때는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평소 컵라면 등 간편 음식만 제공하고, 제대로 씻기지 않았으며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를 폭행하는 등 패륜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2021년 1월3일 오후 9시쯤, A씨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얼굴과 온몸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짓밟았다. 폭행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결국 B씨는 사망했다.


범행 직후 A씨는 112에 전화해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아버지 B씨는 베란다에 숨져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넘어져서 사망했다”며 사고사로 위장했다.

그러나 B씨의 시신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결과 B씨의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진데다 여러 장기도 파열된 사실이 드러났다.

법의학자 3명도 부검 서류를 감정한 뒤 ‘폭행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며 멍은 B씨가 숨지기 전날 (밤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A씨가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둔 채 장기간 폭행을 해오다가 사건 당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씨는 살해당하기 직전 15일 이상 집 밖에 나온 적이 없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에는 자택 작은방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가 2층에서 1층으로 추락해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 중 4명은 A씨에게 징역 10~16년을, 나머지 5명은 징역 7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양형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평결한 배심원 9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반영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이다”며 “피고인의 아버지에 대한 가해행위,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겪었을 고통이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배심원의 양형의견이 비록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것이긴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존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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