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나타났던 ‘이스라엘 초능력 소년’

이스라엘 초능력 소년 리틀 오렌.

그는 5살 때 극심한 편두통을 앓고 난 후 신비한 초능력을 갖게 됐다.

1년여 간 원인 모를 두통을 호소하던 오렌은 어느 날 아버지에게 “이제 머리가 안 아프다”며 “아버지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지폐의 일련번호가 보인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정확히 맞췄다고 한다,

이후 오렌은 독심술과 투시력, 텔레파시 등 초능력을 발휘했다. 실종 소녀 2명을 찾아내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초능력을 선보였고 ‘제2의 유리겔라’로 불렸다.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연구소는 그의 두뇌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기존의 지능 검사로는 도저히 수치를 측정할 수 없는 두뇌의 소유자로 판정했다.

1995년 7월11일 오렌(17)이 아버지 등 일행과 한국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칼리지 11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7월14일부터 방송되는 SBS TV 신설프로그램 ‘깜짝 월드쇼’에 출연하기 위해 입국했다.

이날 오후 오렌은 서울 여의도의 SBS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텔레파시와 투시력을 이용한 초능력 시범을 보였다.

오렌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임의대로 7명을 뽑은 후 참가자들에게 살인자와 피해자, 증거 인멸자의 역할을 스스로 정하게 했다. 이때 눈을 가리고 돌아앉아 있던 오렌은 30여 명의 참석자 중에서 7명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역할도 맞춰냈다.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여기자의 핸드백 속 소지품 색깔을 맞히더니 지갑 안의 1천원짜리 지폐번호(7자리수)까지 정확히 추려냈다.

또 취재진의 요청이 있자 손목시계의 바늘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염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오렌은 기자회견 중 “이스라엘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을 알고 있다”며 “사고 현장을 방문해 투시력으로 생존자의 구조작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2일 오후 1시30분쯤 오렌은 일행과 함께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먼저 대책본부에 들러 백화점 주변 평면도를 펼쳐보며 냉각타워 위치와 숫자, 붕괴 상황 등을 파악했다. 이어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A동 붕괴현장에 내려갔다.

오렌의 아버지는 “무언가 너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으면 그리 가라”고 말했다. 오렌은 여기저기서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삐져나온 철근이나 콘크리트 잔해를 붙잡고 정신을 집중하는 등 생존자와 영적인 교감을 시도했다.

이 모습을 구조대원, 경찰, 취재진 뿐만 아니라 실종자 가족 50여명도 몰려와 오렌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다.

A동 엘리베이터 타워와 도로변이 마주치는 모서리 지점에 이르자 “왼쪽에서 무언가 나를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작업 중인 중장비의 동작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엘리베이터 타워 중간쯤 되는 곳의 지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두곳에서 두 사람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두곳에는 옷이 많이 깔려있고 물이 흐르고 있으며 사람이 있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구조작업이 지체될 수 없다며 그에게 빨리 현장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지하매몰현장에서 밖으로 나온 오렌은 “느낌이 오는 두 사람의 생존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대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주지 않고 나가달라고 요구해 생사여부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 관계자는 “오렌이 지목한 곳은 이미 구조반에서 생존공간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4곳 중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오렌은 “엄청난 사고를 당한 한국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는 지푸라기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초능력자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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