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특종에 눈이 멀어 연쇄살인을 저지른 기자


유럽 동남부 발칸 반도에 위치한 마케도니아는 바다가 없는 산악국가다.

한때 유고슬라비아를 이루던 공화국의 하나로 면적은 한반도의 약 8분의 1 정도 된다. 지난 2005년과 2007년 마케도니아 키체보 지역에서 부녀자 2명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발견된 시신들은 알몸으로 토막이 난 상태였으며 전화선으로 꽁꽁 묶인 채 비닐봉지에 담겨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모두 성폭행당한 흔적이 있었고 여러 차례 끔찍한 폭력이 가해졌던 것으로 추정됐다.

한 시신의 외음부에서는 끝이 뭉뚝한 물건을 쑤셔 넣은 듯한 외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건을 각기 다른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사는 사건 단서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계속 했다. 그사이 대중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때 마케도이나의 일간 신문 <우트린스키 베스니크>는 두 사건을 연쇄살인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범행수법에서 드러난 공통점을 예로 들었다. 기사를 쓴 블라도 타네스키 기자(56)는 이와 관련한 근거도 자세하게 들었다.


이 보도를 접한 대중들은 무능력한 경찰을 비판했다. 반면 기사를 쓴 타네스키 기자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타네스키는 피해자 여동생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사건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나 2008년 초 경찰을 비웃듯 3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인 65세 여성은 두개골 과 늑골 13곳에서 깊은 상처가 있는 등 학대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번에도 이전 사건과 동일한 수법이었다. 타네스키는 이 사건을 심층 추적한 기사를 쓰면서 다시 한 번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의 기사는 마치 현장을 본 듯 생생했다. 특히 시신의 상태나 사건 정황, 범행도구로 쓰인 전화선에 대해 자세하게 썼다. 타네스키는 여론의 중심에 섰고 그는 ‘최고의 기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경찰은 달랐다. 타네스키의 기사를 접한 경찰은 의아했다. 기사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한데다 누구도 전화선에 대한 정보를 타네스키에게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범인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때부터 타네스키를 의심하고 그를 집중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몇 년 전 타네스키가 전화선을 다량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타네스키의 집을 압수수색해 그의 DNA를 확보했다. 놀랍게도 피해자의 시신에서 검출된 체액의 DNA와 일치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피해자들과 작고한 타네스키 어머니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피해자들 모두 타네스키와 같은 고향인 키세보 인근에 거주하고 있었고, 연령대가 50~60대로 비교적 나이가 많았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저학력자라는 것과 한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했다는 것도 같았다.

타네스키 어머니도 같은 병원의 청소부로 일했고 피해자들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 경찰이 타네스키의 주변을 탐문한 결과 그가 생전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에게 어머니는 원망과 증오의 대상이었다.

경찰은 이런 까닭에 타네스키가 어머니와 함께 일했던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했다.

2008년 6월22일, 경찰은 타네스키를 연쇄살인의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 후 언론에 공개했다.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해당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며 연일 특종을 터트렸던 기자가 범인으로 드러나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이미 시신이 발견된 3명 외에 2003년에 실종된 78세의 노인도 타네스키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타네스키는 살인을 저지른 후 취재를 위해 피해자의 가족들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

한 피해자의 아들은 “그가 우리 집으로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누가 범인이 우리 이웃일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테네스키가 소속된 신문사 동료들 역시 엽기적인 살인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편집장 루프초 포포프스키는 “우리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며 “그가 누구보다도 조용했고 그가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특종을 쓰고 싶은 욕심’이라고 밝혔다.

20년 이상 신문기자로 일한 타네스키는 아내, 두 아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그는 80년대 중반 마케도니아 ‘최고의 언론인상’을 한 차례 수상했을 만큼 기자로서도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결국 특종에 눈이 멀어 연쇄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교도소에 수감된 지 하루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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