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국회의원직 사퇴하고 환경미화원으로 복귀한 정치인


남아메리카 대륙 남동부에 자리 잡은 아르헨티나는 연방제 공화국이다. 브라질에 이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는 여덟 번째로 넓은 땅을 가졌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를 따라 대서양과 맞닿은 해안선 길이만 해도 4900킬로미터가 넘는다. 인구는 4600만 명 안팎이며, 임기 4년의 대통령 중심제와 상·하원 양원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나라의 정치권에서 몇 년 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정치 상식을 벗어난 아름다운 사건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연방하원 의원이었던 50대 여성 모니카 슈로타우어다.

출근 시간 오전 6시 2분, 기차역 바닥을 쓰는 전직 국회의원

2019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사회주의당 소속으로 중앙 정치 무대를 누비던 슈로타우어는 더 이상 의사당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부선 철도역이었다. 양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차역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원래 자신이 일하던 직장인 기차역 환경미화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사실은 동료 노조원이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동료는 아침 일찍 빗자루를 든 그의 모습을 촬영해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오전 6시2분. 우리의 동료 슈로타우어가 환경미화원으로 돌아왔다.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진짜 아름다운, 진정 본이 되는 모습이다.”


이 사진과 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국경을 넘어 한국에까지 알려지며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정치인이 아무런 미련 없이 가장 낮은 곳의 일터로 복귀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경미화원으로 돌아간 모니카 슈로타우어.

많은 이들이 슈로타우어가 정계에 환멸을 느꼈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원직을 중도에 ‘사퇴’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이 극적인 복귀의 이면에는 아르헨티나 좌파 정당 연합이 가진 독특하고 철저한 정치적 약속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의원직 순환제’다.

이 시스템은 선거에 승리해 얻은 국회의원 임기 4년을 한 사람이 온전히 독점하지 않는 구조다. 정당 연합 내의 여러 후보가 일정 기간(보통 1년에서 1년 반)씩 나누어 의원직을 수행하고, 다음 순번의 동료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방식이다.

슈로타우어의 퇴임은 갑작스러운 포기나 도망이 아니었다. 정당의 규칙과 유권자와의 약속에 따라 자신의 할당된 임기를 성실히 마치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준 뒤 원래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 계획된 행보였다. 실제로 그는 몇 년 후인 2021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다시 하원의원직을 잠시 승계받아 활동한 뒤, 임기가 끝나자 어김없이 기차역 일터로 되돌아갔다.

배지는 잠시 빌린 대리인의 표식일 뿐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도 노동자나 평범한 시민 출신의 국회의원이 종종 탄생한다. 하지만 임기가 끝난 뒤, 혹은 의원직을 내려놓은 뒤에 자신이 원래 일하던 거친 현장으로 곧장 돌아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정당의 간부로 남거나, 고문 자리를 얻거나, 정치를 직업으로 삼아 권력 주변을 맴돌기 마련이다. 정치라는 무대가 주는 특권과 사회적 대우에 맛을 들이면, 과거의 평범했던 삶으로 돌아가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정작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슈로타우어 본인은 칭찬 쏟아지는 주변의 반응에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이 화제가 된 현상을 바라보며 뼈아픈 지적을 남겼다.

“기존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실망이 얼마나 크면, 내가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온 당연한 모습에 이토록 열광하겠는가. 국민이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정치권 전체가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 시절의 모니카 슈로타우어.

그의 말대로, 그가 보여준 행동은 대단한 영웅주의가 아니라 정치가 본래 가졌어야 할 당연한 성격을 일깨워준다. 그에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나 평생 누릴 권세가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잠시 일터를 떠나 의사당이라는 공간으로 ‘파견’을 다녀온 것에 불과했다. 임무가 끝났으니 파견지에서 돌아와 자신의 본래 자리를 지키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식이었다.

정치는 직업이 아닌, 잠시 맡은 심부름이다

슈로타우어가 쥔 빗자루는 오늘날 우리에게 정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되묻는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는 어느덧 상위 계층의 전유물이 되었고, 국회의원 배지는 기득권층으로 진입하는 면허증처럼 여겨진다. 선거철마다 서민을 위하겠다고 외치지만, 정작 당선된 이들의 시선은 높은 자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뿐이다.

그의 담담한 출근길이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상식적인 대리인’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많은 정치인의 역사를 통해 보아왔다.


정치는 높은 곳에 앉아 군림하는 직업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대신해 뛰는 짧은 심부름이어야 한다. 배지를 떼어내고 다시 먼지 가득한 기차역으로 돌아간 한 정치인의 뒷모습은, 권력의 맛에 취해 본분을 잊은 세상의 모든 정치인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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