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때 ‘악마의 미소’ 짓던 아줌마 절도범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후 최대 특수를 누린 것은 ‘전문절도단’이었다.
이들은 방송 속보를 통해 붕괴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백화점을 털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혼란하고 허술한 틈을 타 고가품이 가득한 붕괴되지 않은 B동을 노렸다.
절도단은 자원봉사자나 인명구조원으로 위장했다. 사고 초기에는 300~4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백화점을 들락거려도 통제를 받지 않았다. 혼란한 틈을 이용해 얼마든지 고가의 제품들을 훔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붕괴 4일째인 7월2일 오후부터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지만 이미 절도단이 휩쓸고 간 뒤였다.
삼풍 직원으로 구성된 사고수습본부는 7월3일부터 경찰의 협조를 받아 B동 지하 1~3층 매장과 창고 재고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하 3층 수입가전제품 창고에 있던 일제 무비카메라와 미니카세트플레이어 등 소형고가 전자제품 200여점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삼풍 측은 “가전제품 수입의류 등 고가제품들을 보관하고 있던 B동 지하창고가 거의 대부분 절도범들에게 털렸다”고 밝혔다.
삼풍 측은 또 지하1층 슈퍼마켓에 있던 수입주류 보관창고, 수입의류창고 등 나머지 고가제품 창고들도 크게 훼손됐으며 심지어 슈퍼마켓 금전등록기 등 소형금고에 있던 현금과 동전까지 몽땅 없어졌다고 전했다.
일부 절도단은 백화점내 매장과 창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건물배치도까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인명구조작업장 근처에서 절도를 한 것으로 미뤄 사고 발생 직후 3~4명씩 조를 짜고 자원봉사자를 가장, 구조활동을 하는 척 하다가 구조대원들이 잠시 쉬는 틈을 타 물건들을 훔쳐간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절도단이 휩쓸고간 뒤에는 좀도둑들이 활개를 쳤다. 이아무개씨(남‧27) 등 4명은 헬맷과 손전등, 절단기 등을 갖고 1층 잡화코너에 들어가 고객이 분실한 현금과 귀금속류, 신용카드 등을 훔쳤다.

김아무개씨(30) 등 6명은 자원봉사요원이나 구경꾼을 가장해 군과 경찰이 백화점 옆 주차장에 임시로 쌓아둔 골프채와 여성의류, 모자 등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고교 졸업 후 놀고 있던 채아무개군(19)은 훔쳐갈 물건을 담을 가방을 미리 준비하고 백화점에 들어가 의류를 훔치다가 의경에게 붙잡혔다.
의류업을 하는 김아무개씨(37) 등은 골프채, 목걸이, 화장품, 양복, 스커트, 남방 등을 훔쳐 백화점을 빠져나오다 덜미가 잡혔다.
심지어 10원짜리 동전 꾸러미 1천150원을 훔친 사람도 있었다. 한 여성은 화장품 1점(시가 4만원)을 몸에 숨겼다가 들통났다.
당시 수사본부는 “인명구조가 시급한 현장에서 금품을 훔친 행위는 액수의 과다에 관계없이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로 간주해 모두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30대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운동화 한 켤레를 훔쳐 나오다 북새통에 한짝을 잃어버렸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붙잡힐 때 한짝만 들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운 좋게 구속을 면한 것이다.
희생자대책위원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임아무개씨(남‧25)는 대책위공금 600여 만원을 훔쳤다가 절도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국민들은 공분했다. 이런 때에 한 여성이 옷을 훔쳐가며 웃는 모습이 방송카메라에 잡혔다.
시신들이 속속 발견되는 붕괴현장을 뒤로하고 미소를 짓는 아줌마의 모습. 온라인 등을 통해 이 장면이 급속히 확산됐고 사람들은 ‘악마의 미소’라고 명명했다.
이 모습은 당시 절도범들의 상징으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여성이 ‘물건을 훔치다 2차 붕괴로 죽었다’거나 ‘삼풍 참사이후 다른 사고에 휘말려 죽었다’는 등의 사망설이 널리 퍼졌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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