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심령·공포

지하실 떠도는 살해당한 원혼 ‘응암동 괴담’ 실제사건


1992년 9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재래시장 인근에 지하1층, 지상 3층 다가구 주택건물이 지어졌다. 집 주인은 약 10평(33m²)인 지하실을 소규모 공장이나 창고로 임대했다.

지하실에 처음으로 입주한 세입자는 정아무개씨(남·56)였다. 그는 양복 재단 공장을 운영했는데 공장은 그럭저럭 돌아가는 편이었지만 억대의 빚보증을 선 게 화근이 됐다. 정씨는 빚더미에 앉으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대전의 한 기도원에 들어갔다가 얼마 후 목을 매 자살한다.

정씨가 운영하던 공장은 그 밑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김아무개씨(남·51)가 맡아서 운영하게 됐다. 정씨에게 받을 돈이 있었던 김씨는 공장 전세금을 빼내 자신의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씨 아내에게 주려고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당장 내줄 돈이 없다며 세를 놓던지 해서 돈을 받으라고 했다.

1996년 9월 김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장 운영을 멈추고 지하를 또다른 김아무개씨(여·48)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았다. 김씨는 2001년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세 번째 세입자인 김씨는 내연관계인 지아무개씨와 동업으로 스웨터용 털실공장을 운영했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고, 1998년 9월 지하실을 한아무개씨(남·50)에게 넘긴다. 한씨는 옷가게 보관창고로 활용하다 1999년 3월 마지막 세입자인 김아무개씨(남·40)에게 임대한다.

김씨는 종업원 9명을 두고 스웨터 옷감 공장을 운영했는데, 이때부터 기이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하에서 귀신을 보거나 가위눌림에 시달렸고, 종업원들이 갑자기 죽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종업원 홍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더니 이듬해에는 종업원 신씨와 이씨가 각각 간암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2년 5월에는 종업원 최씨가 당뇨로 사망했다. 최씨는 대표 김씨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김씨는 7월부터 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임대 계약도 해지했다.

지난 10년 사이 이 지하실의 세입자와 공장 직원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응암동 괴담’이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자 누구도 이 건물 지하에 세를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고, 건물주 이아무개씨(남·63)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씨는 원룸으로 리모델링해서 세를 놓기로 했다. 지하 계단 밑에 있는 1평(약 3.3m²)이 안 되는 공간은 화장실로 개조하면 될 것 같았다. 당시 이곳은 작은 창고로 이용하고 있었다. 같은 해 9월17일 오전 이씨는 인부 한 명을 불러 창고를 화장실로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닥에 높이 60㎝, 길이 40㎝, 폭 1m 정도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어색하게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인부에게 이것부터 깨서 없애자고 했다. 인부는 곡괭이로 구조물을 깨기 시작했다. 약 5분 후 콘크리트에 구멍을 내자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구멍 안에서는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이씨는 웬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콘크리트가 깨지면서 바싹 마른 사람의 발목 하나가 툭 튀어나왔고, 이씨와 인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주춤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콘크리트를 산산조각내자 비닐에 싸인 점퍼 차림의 여자 시체가 나왔다. 웅크린 채 미라처럼 바짝 건조된 상태였다. 누군가에게 살해돼 콘크리트에 암매장된 것이 분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했다. 하지만 사체가 밀폐된 장소에 오랜 시간 방치‧건조돼 사망일시와 신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경찰은 치아 감정을 통해 피해자가 50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실종·가출자 명단을 대조했고, 한 사람과 일치한다. 그는 1997년부터 행방이 묘연한 이아무개씨(여·56)였다.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되자 경찰 수사도 박차를 가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건물주와 지하실에 세 들었던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다 지하실 세입자 5명 중 2명, 마지막 세입자의 공장 직원 9명 중 4명 등 모두 6명이 교통사고와 질병으로 횡사한 것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특히 변사체로 발견된 이씨가 살해된 후 한 공장에서 4명의 직원이 잇따라 죽음을 당한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단순한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이들이 연이어 당한 액운이 너무 기가막혔던 것이다.

경찰은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수사하던 중 내연녀와 털실공장을 함께 운영하던 지씨의 신원이 불분명해 수소문 끝에 소재를 파악했고, 그가 피해자와 금전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씨를 경찰서로 연행해 집중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1997년 3월 이씨로부터 카드깡 사업투자 명목으로 1천200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았다. 이씨는 계속해서 돈을 갚으라고 재촉했다. 같은 해 5월 돈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던 지씨는 30cm 쇠파이프로 이씨의 정수리를 내리쳐 살해한다.

지씨는 이씨의 시신을 비닐로 싸 지하실 계단 밑 공간에 밀어 넣은 뒤 냉장고 받침대로 사용하던 시멘트 벽돌로 사체 주변을 쌓았고, 인근 공사장 주변에서 훔쳐 온 모래와 시멘트로 사체 주위를 봉하는 방식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이 잡히면서 응암동 여성 살인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괴담의 진원지에서 실제 살해된 여성 시체가 발견되자 ‘응암동 괴담’은 단순히 떠도는 괴담이 아닌 실화가 됐다.

이런 사실을 언론에서도 잇따라 보도하면서 “실제 귀신이 있었다”, “여자 변사체의 원혼이 세입자들에게 달라 붙었다”, “죽은 여인의 억울한 원혼이 범인을 잡게 했다”는 등의 말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사건 이후 지하실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6년간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해당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건물이 철거되고 현재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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