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어린 질투심과 집착 ‘동탄 원룸 살인사건’
“흉기에 찔렸는데 도와주세요”
2019년 1월27일 오후 9시30분쯤 다급한 목소리의 남성으로부터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원룸으로 출동했다. 사건 현장에는 흉기에 찔린 남녀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들이 흘린 피로 원룸은 피벅범이 된 상태였다.
경찰은 급히 쓰러져 있던 A씨(여‧38)와 B씨(남‧42)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사망했다. 경찰은 B씨로부터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가 “곽상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원룸은 A씨의 거주지였고, 곽상민과 교제했던 적이 있었다. 경찰은 치정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유력 용의자인 곽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용인 함박산 인근에서 차도와 인도 사이 경계봉을 들이받고 멈춰선 곽씨의 투싼 차량과 이 안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발견했다. 곽씨는 이미 차량을 버리고 함박산쪽으로 도주한 뒤였다.
경찰은 함박산 일대에 헬기와 경찰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곽씨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곽씨가 이미 이 일대를 빠져나갔다고 판단하고, 1월29일 오후 공개수배를 결정했다. 경찰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곽씨의 지문, 곽씨 차량에서 나온 흉기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돼 곽씨가 범인인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신속한 검거를 위해 공개 수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곽씨의 사진과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신고보상금 500만원도 내걸었다. 언론매체와 SNS를 통해서도 수배전단지가 확산됐다.
그리고 오후 7시8분쯤 충남 천안역 부근에 곽씨가 나타났다. 그는 정차해 있는 택시에 타더니 “대전으로 가자”고 했다. 인상착의가 수배전단에 있는 곽씨와 비슷했다. 택시기사는 “줄이 있으니 앞에 있는 택시를 이용해 달라”고 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곽씨는 앞에 있는 택시에 탄 후 대전이 아닌 “전주로 가자”며 목적지를 변경했다. 경찰은 곽씨가 옮겨 탄 택시기사와 통화해 “손님이 전주로 가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제보의 신빙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곽씨의 연고지가 전주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곽씨를 태운 택시 측과 연락을 취하며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오후 8시30분쯤 충남 부여 석성면 사비문 근처에서 해당 택시를 막았다. 순찰차 2대가 곽씨가 탄 택시를 앞뒤로 가로막아 세웠다. 택시기사가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대피해 인질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곽씨는 경찰이 택시로 다가와 검문하려는 순간 차 문을 잠그고 저항했다.
경찰은 곽씨에게 테이저건을 쏘기 위해 택시 뒷문 유리를 깨트렸다. 그사이 곽씨는 소지하던 흉기로 자신의 가슴과 복부 등 10여 곳을 찔렀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20분 만인 오후 8시50분쯤 과다출혈로 숨졌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였던 곽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곽씨는 왜 A씨와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일까.
피해자들은 연인 사이다. 숨진 A씨와 곽씨는 과거 연인 사이였다. A씨는 곽씨와 만나는 동안 언어폭력 등에 시달려 결별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만나 관계를 발전시켜나갔고, 이 사실을 곽씨가 알게 되면서 광기 어린 질투심과 집착을 이어갔다.
곽씨의 SNS를 보면 이별의 아픈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인용글과 이미지가 잔뜩 게시됐다. 범행 전날인 26일 오후 7시32분께 법정스님의 사진과 ‘시절인연’이란 제목의 어록을 올려 이별의 고통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25일에는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곽씨의 집착과 폭력성이 빚은 치정 문제가 범행동기로 유력했지만 경찰 체포 직전 곽씨가 자해해 숨지면서 정확한 사건의 전말도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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