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딸 앞에서 ‘천민 사위’ 청부살해한 장인
인도는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크게는 5계급으로 구분된다.
최상위층은 브라만(성직자, 학자 등), 두 번째는 크샤트리아(법관, 관료, 군인 등), 세번째는 바이샤(상인, 농민 등), 네번째는 수드라(잡일, 하인 등), 최하위층은 달리트(불가촉 천민)로 화장실 치우는 일, 동물 가축 다루는 일 등을 한다.
남부 텔랑가나주에 사는 암루타 리우(21)는 바이샤 계급(상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달리트인 프라나이 페루말라(23)를 만났다. 달리트는 인도 인구의 15~17%를 차지한다. 두 사람은 신분차이를 극복하고 오랫동안 교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약속했지만 암루타 부모는 극구 반대했다. 2018년 1월 암루타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작은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의 가족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암루타는 프라나이 가족이 있는 작은 마을로 이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암루타 가족의 지속적인 반대와 따가운 사회적 시선에 힘들어하던 이들은 고민 끝에 캐나다로의 이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여권을 신청하고 공인영어성적 제출을 준비하던 중 부부는 암루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이들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캐나다로의 이주를 잠시 미뤘다.
같은해 9월14일 암루타가 남편 프라나이와 함께 산부인과에 방문해 진료를 받고 나오던 중 프라나이는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괴한은 프라나이의 머리와 목을 수차례 흉기로 찔렸고 프라나이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괴한에게 살인을 사주한 사람은 암루타의 아버지 마루시 라오(57)였다.
라오는 경찰에서 “딸에게 수차례 낙태를 종용했으나 거부하자 킬러에게 1000만 루피(약 1억6800만원)를 주고 사위를 살해하도록 했다”며 “명예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관습을 말한다. 살인한 가족은 붙잡혀도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경찰 수사 결과, 라오는 과거에도 세 차례 킬러를 통해 사위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라오 등 모두 6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2019년 4월 라오는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구속 8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명예살인이 일부 인정됐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암루타는 남자아이를 출산하고 현재 남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 불안했지만, 아버지가 그런 잔혹한 일까지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프라나이가 죽고 가족 중 아무도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루타는 프라나이가 살해된 후 ‘프라나이를 위한 정의’라는 SNS 계정을 운영하며 명예 살인 금지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가촉천민 계급 인권단체들도 암루타의 집을 방문해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암루타는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받고, 인도 사회에서 신분제가 사라질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명예살인이라며 라오를 위로하고 있다.
라오의 변호사는 “천민 남성이 다른 계급의 여성을 협박해 결혼했다”며 명예살인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선 1948년 법령으로 카스트에 근거한 차별이 금지됐지만 뿌리 깊은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7년 9월 인도공립대 ISI 연구에 따르면, 인도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계급끼리의 결혼은 전체의 5.8%에 불과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인도 전역이 급변하고 있지만, 사회적 계급구조는 수 십 년간 변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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