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영화처럼 ‘퇴마의식’ 한다며 6살 딸 살해한 엄마


2018년 2월20일 아침 119구급대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119는 곧바로 서울 강서구의 한 다가구주택으로 출동했다.

방안에는 A양(6)이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호흡과 맥박을 재봤지만 이미 정지돼 미동도 하지 않았다. 119는 즉각 심폐소생술에 들어간 후 A양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의료진은 사망 판정을 내렸다.

병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양의 몸에 타살 흔적이 있다”는 법의학적 소견에 따라 엄마인 최아무개씨(38)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는 딸의 죽음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경찰의 계속된 설득에 최씨는 사건 당일 밤늦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입을 열었다.

최씨의 말은 기가 막혔다. 사건 전날인 2월19일 밤 그는 케이블TV에서 영화를 보다가 ‘퇴마의식’ 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A양에게는 언어발달장애가 있었는데 최씨는 아이의 내면에 악마가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영화에서 나온 퇴마의식을 하면 그 악마가 빠져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최씨는 딸 곁으로 가서 손으로 힘껏 목을 졸랐다. A양은 이렇게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영화에 나오는 퇴마의식을 본 뒤 딸 몸에 있는 악마를 내쫓으면 장애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따로 믿는 종교는 없다고 덧붙였다.

범행 전 최씨는 소주 한 병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부검 결과 A양의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였고, 몸에서 별도의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의 남편을 불러 조사했지만 범행에 가담한 정황은 없었다. 남편은 “사건 당시 아들과 함께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튿날 아침 딸이 숨을 쉬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어린 딸의 목숨을 앗아간 결과를 초래해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 뒤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고려했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최후 진술에서 “가족들에게 죄송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키워야 할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죽은 딸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친딸의 몸 안 악귀를 쫓아내야 한다는 이유로 만 5세에 불과한 딸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으로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딸을 살해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자신의 범행 모두 인정 깊이 반성하고 있고 딸의 죽음으로 누구보다 큰 괴로움 겪고 있고 죄책감 속에서 평생 살아가야 하며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여러 사정을 충분히 참작해 양형을 정했고,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