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3년 8월16일 오전 6시13분쯤, 경북 칠곡군에 사는 김소원양(8·가명)이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왔다. 계모 임아무개씨(35)는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맥박을 재 봤지만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계모 임씨는 지역 해바라기센터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그만 병으로 숨졌는데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평소 임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 해바라기센터 측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의료진도 소원이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몸에는 많은 상처와 멍이 있었다. 팔은 한눈에 보기에도 심하게 굽어져 있었다. 턱과 머리에서는 상처로 인해 봉합수술을 한 흔적이 있었다. 붉게 충혈 된 눈동자는 무언가로 찔린 흔적이 선명했다. 소원이의 몸은 심각한 ‘학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의료진도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먼저 소원이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망원인은 ‘외상성 복막염’과 ‘외력에 의한 내부 장기파열’로 드러났다. 경찰은 먼저 친부와 계모를 불러 조사했다.
계모는 소원이의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에서는 “언니와 다투는 작은 딸의 어깨를 밀었는데 딸이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친부 김아무개씨(38)는 계모 편을 들었다. 계모 임씨는 “평소에 큰애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이 유난히 강해 둘째 아이와 자주 다퉜다”고 말했다. 즉 둘째 딸을 죽게 한 것은 큰딸이라며 혐의를 돌렸다.
그런데 큰딸 소리양(12·가명)도 경찰에서 “동생을 폭행한 건 자신”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동생에게 인형을 빼앗기기 싫어 주먹으로 다섯 번 치고 발로 한 번 찼더니 동생이 죽었다”고 말했는데, 친부와 계모도 이 말이 맞다고 거들었다.
임씨는 검찰에 가서는 말이 바뀐다.
“작은 딸을 훈계하다가 주먹으로 배 부위를 두 차례 때린 적이 있다”며 일부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과 검찰은 소리를 상해치사의 주범으로 판단했다. 계모 임씨는 상해 및 학대, 방임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런데 임씨는 재판 과정에서 또 다시 말을 번복한다. 이번에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딸들이 싸우다 다치면 그건 모두 엄마의 책임이라 생각했다. 특히 큰딸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다 짊어지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큰딸 소리는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을 때도 “내가 동생을 때렸고, 엄마는 구타한 적이 없다”고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비공개 재판에선 “동생과 다투긴 했지만 배를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그동안에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리고 가슴속에만 담고 있었던 계모 임씨의 악행을 폭로했다. 소리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은 계모의 압력 때문이었다. 소리는 “새엄마는 내가 때렸다고 진술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 가족이 깨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리의 심경변화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이렇게 묻힐 뻔 했다. 동생을 죽인 범인으로 누명을 쓰게 된 소리는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소리는 2014년 2월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아동보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소리는 대학병원 심리치료 과정에서 계모가 자매에게 상습적으로 매질을 하고 학대해 온 사실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인단과 의료진에게 털어놨다.
소원이의 사망 전 이들의 집에는 이상할 만큼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다. 그 이유는 계모의 물고문 때문이었다. 소리는 “(계모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내 머리를 넣었다. 기절해서 정신이 어디 갔다가 깨어나고 몇 분 동안 그랬다. 동생은 거꾸로 세워서 잠수시켰다. 그땐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 동안 굶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 뒤에 열중쉬어를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어야 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목도 조르고 졸리면 실핏줄이 터졌다. 계단에 발을 대고 엎드려뻗쳐 한 상태에서 날 밀었다”며 학대 사실을 전했다.
상상도 못할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매는 학교에서 모든 생리적인 볼일을 해결하고 와야 했다.
소리는 “집에서 소변을 보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학교에서 모든 볼일을 다 보고 최대한 비우고 와야 한다. 화장실을 가게 되면 소변이 묻은 휴지랑 대변 묻은 휴지를 먹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에 밥을 다 못 먹으면 입을 찢거나 물을 대량 먹였다. 동생에게 뜨거운 물을 등에 붓기도 했다”고 말했다.

계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씨는 자매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사진을 찍어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협박했다. 임씨는 또 자매가 자신의 친딸에게 심한 말을 했다고 트집 잡아 팬티만 입힌 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 벌을 세우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소원이와 소리는 부모가 이혼한 후 친부가 재혼하기 전까지 6년간 고모 부부 밑에서 자랐다. 자매도 고모에게 의지했다. 임씨는 조카들을 보호하려는 고모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아이들과 고모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잔머리를 굴렸다. 그것은 고모 아들(18)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매장시키려는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임씨는 소리에게 “사촌오빠를 성폭행범으로 몰아라”고 사주했다. 소리는 법원에서 “새엄마가 ‘돈이 좀 필요하니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동생도 당하는 것을 봤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실제 소리는 2013년 2월 아동보호센터에 “동생이 2011년 고종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임씨는 센터가 진행한 소원이의 신체검사 결과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이번에는 “언니도 당했다”고 센터에 다시 신고했다.
센터 측은 “사실이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권유했으나 임씨는 거부했다. 대신 임씨는 학교와 주변에 “고모 아들이 아이들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고모가 아이들을 키울 때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미워했다” 등의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
임씨는 자매를 학대하면서 아이들을 빌미로 친모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친모에 따르면 계모가 자신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소원이가 사망했을 때의 정황도 드러났다. 소원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은 응급실로 실려 온 8월16일이 아니라 이틀 전인 14일이었다. 사건 당일 계모 임씨가 주먹으로 소원이의 배를 15번 정도 때렸고, 오후에는 아파 누워있는 소원이의 배를 10번 정도 밟았다. 저녁에도 10차례 이상 소원이의 배를 구타했다.

이런 사실은 언니 소리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건장한 성인도 배를 여러 번 세게 맞으면 고통스러운 법이다. 하물며 8살 어린이가 하루에 35번 정도를 맞았으니 성할 리가 없다.
소원이는 임씨에게 폭행당한 14일 밤부터 배가 아파왔다. 통증이 너무 심해 임씨에게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들은 척도 안했다. 그렇게 이틀이나 방치했고, 숨을 쉬지 않자 그때서야 병원에 데려왔다.
이에 대해 임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자고 남편을 졸랐지만 15일이 광복절이어서 응급실 비용을 댈 여유가 없다고 했다. 16일 아침 회사 사장에게 가불을 해오겠다고 해 기다린 것이지 방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했다.
소리의 진술에서 친부의 충격적인 행동도 드러난다. 김씨는 둘째딸이 배를 부여잡고 죽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고 이를 큰딸에게 보여줬다. 소리는 사건 이후 극도의 정신적 불안에 시달렸는데, 친아버지의 이런 행동이 정신적인 상처로 남았다고 한다.
소리는 재판부에 “아줌마(계모)를 사형시켜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임씨는 구속된 후 소리에게 편지를 썼다. 여기에는 “엄마가 만나서 꼭 안아주고 많이 사랑해줄게”라고 했는데, 가식과 추악함의 결정판이었다. 이것은 착한 엄마 코스프레를 하려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형량을 줄이기 위한 술수에 불과했다.
검찰은 소리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공동범행에서 계모의 단독범행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아울러 ‘상습 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소리의 변호인은 지속적인 학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임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국민 여론도 빗발쳤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검찰은 임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부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대구지법은 임씨에게 징역 10년, 친부에게는 학대방조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심 선고 후 소리의 학대 피해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1심 재판부는 임씨에게 징역 9년, 친부에게 징역 3년을 추가로 선고했다. 이에 따라 임씨의 형량은 징역 19년, 친부는 6년이 된 셈이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 심리했다.
2015년 5월21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임씨에게는 징역 15년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친부에게는 학대를 방관하고 자녀들을 보호하지 않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성장기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인 피해자를 1년여에 걸쳐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해 부모로서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보호와 치료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 임씨는 자신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자녀 훈육이라는 핑계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풀어 피해 아동이 꿈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게 된 점은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임씨는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이 숨진 피해자 언니의 소행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고, 과도한 훈육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버지 김씨에 대해서도 “부인의 딸 학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방임해 중한 결과를 낳은 점으로 볼 때 친아버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어릴 적 피해 자매를 키워온 고모 등이 참석했으며 재판결과에 항의하다 실신해 119차량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여성단체 회원 등도 울먹이며 선고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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