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기구한 운명’ 구리 아파트 패륜 살인사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2018년 2월27일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아파트에 주아무개씨(남·62)의 형제들이 방문한다. 주씨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하는 마음에 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닫힌 현관문을 열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집주인인 주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던 것이다. 머리 뒷부분에는 둔기로 맞은 흔적이, 목과 등에는 흉기에 찔린 참혹한 모습이었다. 숨진 주씨는 전 자유한국당 A의원의 친형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화분과 흉기를 현장에서 확보했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틀 전 아들 주씨(40)가 근처 PC방에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토대로 아들 주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정황상 피해자의 아들이 죽인 것이 틀림없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DNA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은 범인이 아들이 아니거나 공범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아들 주씨를 검거하는 게 급선무였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3월7일 주씨는 다른 사람과 폭행시비가 일어나면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다. 경찰은 주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보다 형을 가중해 처벌한다. 형법 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다.

검찰은 피해자와 아들 주씨가 친자관계인지를 확실히 알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그랬더니 부자관계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살인 혐의’로 주씨를 재판에 넘겼다. 아들 주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피해자가 “친아버지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피해자와 아들 주씨의 어머니 A씨는 주씨가 태어난 후인 1978년 혼인 신고를 했다. 피해자는 처음에는 주씨가 자신의 핏줄인 줄 알고 키웠다.

그러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1998년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을 느낀 피해자는 아내와 별거했다. 혼인 상태는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남남처럼 지냈다.

피해자는 주씨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아들처럼 한집에서 둘이 살았다. 아들 주씨는 한때 학원강사 등을 했지만, 변변한 직업을 갖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으로 세월을 보냈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주씨를 피해자가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그러다 사건 당일 주씨는 “카드대금 내게 돈 좀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구했다. 피해자가 핀잔을 주자 주씨는 홧김에 집에 있던 화분으로 머리를 내려치고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목을 찔러 즉사한 것을 알았음에도 수차례 더 찌른 이유에 대해 “혹시나 정신이 깨어 있었으면 고통이 심하니까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려 더 찔렀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와 주씨의 관계는 원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과정에서 주씨와 그의 어머니는 “피해자가 어린 피고인을 자주 때리고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피해자의 지인들은 “한평생 성실했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며 상반되게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8년을 선고했으나 주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에서는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부와 다름없는 분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것으로, 죄질이나 범행으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다른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일관되게 자백 반성하고 있고, 당심에 이르러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기도 하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어느 순간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


그걸 숨기고 평생 남의 아들을 데리고 살았지만, 결국 기구한 운명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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