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할머니 돕다 과속차량에 치인 후 7명 살리고 떠난 김선웅군
제주 한라대 조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선웅군(19)은 조리사가 꿈이었다.
김군은 학교 수업시간에 만든 빵을 가져와 가족들에게 내밀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일을 마치면 새벽 시간에 귀가했다.
그러던 2018년 10월3일 새벽 3시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던 할머니를 발견한다.
피곤하고 지친 몸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김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는 “할머니 힘드신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수레를 앞쪽에서 끌기 시작했다.

제주시 도남동 정부청사 앞 횡단보도를 지날 무렵이었다. 이때 과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수레를 끌던 김군을 그대로 덮쳤다. 수레를 뒤에서 밀던 할머니는 차와 충돌하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다친 김군은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에 빠졌다. 몸 상태는 더욱 악화돼 이틀 후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김군은 아홉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어머니는 뇌사상태로 3년간 투병하다가 삶을 마감했다. 이때 김군의 아버지와 누나는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아버지 김형보씨는 “아내가 깨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 눈만 뜬 채 병상에 누워있다가 생을 마쳤다”며 “아내가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다른 생명을 살렸다면 얼마나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김군이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의료진은 김군이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다. 결국 가족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늦기 전에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의료진은 10월9일 김군의 장기를 적출해 7명에게 이식해 새 생명을 선물했다. 향년 20세. LG복지재단은 그해 김군을 ‘LG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LG복지재단은 “평소 봉사 활동을 많이 해왔고, 선행을 베풀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지만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하며 떠난 고 김선웅 군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겠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 10월30일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 정원에는 김선웅군을 기리는 생명의 나무가 심어졌다. 김군의 이름 선웅(善雄)은 ‘착한 영웅’이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선웅이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갔다”며 위안을 삼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김선웅군이 장기를 기증한 주에만 평소 장기기증 희망보다 2배가량 많은 신청이 들어왔다”며 “생명을 살리고, 전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준 김선웅군과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심은 생명의 나무로 선웅군의 고귀한 뜻과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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