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창원 골프연습장 여성 납치 살인사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는 한 실내골프연습장이 있었다.

2017년 6월24일 오후 8시30분쯤, 손아무개씨(여·48)가 지하주차장에 들어왔다. 손씨는 사업가인 남편과 3시간 정도 골프연습을 했으나 따로 타고 온 차량의 주차 위치가 달랐다. 부부는 “집에서 저녁 먹자”며 각자의 승용차로 향했다.

손씨는 자신의 아우디 차량이 있는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와서 차량 트렁크를 열고 골프백을 실었다. 그때 누군가 “저기요”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손씨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바로 옆에 주차된 스포티지 차량으로 손씨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이들은 손씨의 입안에 여자 스타킹을 물린 뒤 청 테이프로 막고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했다. 납치범들은 심천우(31)와 애인 강정임(36) 그리고 심씨의 6촌 동생 심아무개씨(29)였다.

이들은 부유층을 납치해 돈을 뺏기로 하고 대상을 물색하던 중 외제차를 타고 고급 핸드백을 든 손씨를 타깃으로 삼았다. 심씨 일당은 손씨가 들어올 때까지 지하 주차장에서 약 3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손씨의 아우디 승용차는 강정임이 몰았다. 심씨와 동생은 위조번호판을 단 스포티지를 몰고 뒤를 따라갔다. 만약 검문을 당하면 강씨가 앞에서 시간을 버는 사이 심씨 형제가 달아나기로 사전에 입을 맞춘 상태였다. 손씨를 차량에 실어 끌고 가면서 그녀가 갖고 있던 현금 10만원도 빼앗았다.

이들은 경남 고성군의 인적이 드믄 국도변 야산 기슭으로 향했다. 골프연습장에서 약 80km 떨어진 이곳에는 사전에 답사한 폐주유소가 있었다. 낮에도 우거진 잡초 때문에 계단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둡고 인적이 드물었다. 심씨 일당은 주유소에 도착해 손씨를 2층 간이숙소로 끌고 갔다. 이곳에서 손씨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심씨는 애인 강씨와 동생에게 비밀번호를 확인하라고 보냈다. 강씨는 손씨의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창원으로 돌아가 의창구의 한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버렸다. 강씨는 동생 심씨가 모는 차를 타고 고성으로 돌아가던 중 자동인출기(ATM)에서 카드 비밀 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했다.

강씨와 동생 심씨가 카드 비밀번호를 확인한 시각 주범 심씨는 손씨와 함께 있었다. 오전 10시30분쯤 동생으로부터 “비밀번호를 확인했다”는 전화를 받은 심씨는 손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손씨와 그녀의 소지품을 미리 준비해 간 마대 2개에 각각 나눠 담았다. 동생 심씨가 강씨를 데리고 주유소에 와보니 손씨는 보이지 않고, 두툼한 마대자루만 있었다. 순간적으로 손씨가 살해된 것을 알았다.

이들 3인조는 마대에 담긴 손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스포티지에 싣고는 전라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전 11시30분쯤 진주시 태평면 진양호 진수대교를 지나다 인근에 마대에 담긴 시신을 유기했다. 시신이 잘 가라앉도록 돌덩이 3개를 함께 넣어 물 위로 던졌다.

이후 광주광역시로 이동한 후 하룻밤을 지냈다. 6월26일 주범 심씨는 강씨와 동생을 시켜 손씨의 카드로 은행 2곳에서 현금 410만원을 인출했다. 이중 신용카드는 70만원씩 5번을 뽑다가 정지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다시 순천으로 도피한 이들은 가게 두 곳을 들렀다. 오전 11시쯤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때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깔깔대며 웃기까지 했다. 심씨는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왼쪽 귀 윗부분에 일자로 두 줄 스크래치를 냈다. 강씨는 단발머리를 하고 안경을 썼다.

약 1시간30분 뒤 같은 상가의 다른 PC방에서는 태연하게 음료수를 시켜 마시며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 이들의 모습은 가게 CCTV를 통해 적나라하게 찍혔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런 모습이다.

이후 심천우는 동생에게 손씨의 체크카드를 주며 “700만원을 뽑아오라”고 지시했다. 동생은 돈을 뽑기 전 신원 노출을 막고자 미리 준비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장을 했다. 1차례 70만원을 뽑은 동생 심씨는 발각될까봐 더 이상 뽑지 못했다.


70만원 밖에 가져오지 않자 주범 심씨는 “돈을 왜 이것밖에 뽑지 못했느냐”고 동생을 질책했다. 이에 화가 난 동생은 “나는 이제 빠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산으로 이동하던 길에 함안에 들렀고, 이동 중 차 밖으로 손씨의 소지품을 하나씩 버렸다.

손씨의 나머지 소지품과 자신들의 옷가지 등은 불태웠다. 3인조는 6월26일 오후 10시쯤 함안으로 진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완전범죄를 자신했던 것 같다.

피해자 손씨의 남편은 초조했다.

골프연습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아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치친 남편은 6월25일 오전 1시30분쯤 경찰에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손씨의 금융계좌와 차량 이동 동선을 추적했다. 그러다 범행에 사용된 스포티지의 차적과 손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파악해 은행 등의 CCTV를 확보했다.

경찰은 스포티지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6월27일 오전 1시30분쯤 함안군 가야읍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3인조가 탄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 추적을 눈치 챈 일당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이때 동생 심씨는 아파트 주변의 차량 밑에 숨어 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심씨를 상대로 그동안의 행적을 추궁했다.

동생 심씨는 “손씨를 살해해 순천의 한 저수지에 시체를 버렸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정확한 시신 유기장소를 파악하기 위해 스포티지의 내비게이션 운행 내역을 분석했다. 그리고 손씨의 시체를 진양호에 버린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5분쯤 진수대교 부근에서 손씨의 사체가 담긴 마대 자루를 발견했다. 마대는 물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즉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씨와 강씨는 인근 산으로 달아나 2시간 정도 숨어있었다. 이후 산에서 내려와 산인터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로 이동하던 중 정차에 있는 트럭을 발견했다. 이때가 6월27일 새벽 4시20분쯤이다. 두 사람은 트럭기사에게 “5만원을 줄테니 부산까지 태워달라”고 해서 사상 주례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모텔에 투숙해 잠을 잔 뒤 퇴실해 새 옷을 사 입는 등 한동안 부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오후 7시쯤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 근처로 이동한 다음 다시 모텔에 투숙했다. 다음날 오전 7시20분쯤 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서울고속터미널로 이동해 오전 11시30분쯤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심씨가 예전에 찾았던 중랑구를 은신지역으로 선택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심씨와 강씨가 함안이나 인근 진주지역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지역에 매일 1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집중 수색했지만 심씨와 강씨는 경찰의 추적을 보란 듯이 따돌리고 서울까지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 경찰 수색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도주 중인 심천우와 강정임이 추가 범죄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수배를 위한 심의 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6월28일 오후 3시쯤 공개수배(보상금 최고 500만원) 결정을 내리고 심씨와 강씨의 얼굴사진과 인적사항 등을 공개했다.

자신들의 인적사항이 공개된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둘러 은신할 모텔을 찾았다. 오후 4시쯤에는 40년 된 건물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심씨가 “한 달쯤 지낼 방을 찾는다”고 하자 모텔 주인이 “곤란하다”고 했고, 다시 “1주일 만 있겠다”며 하루 3만원씩 21만원을 현금으로 냈다.

모텔 주인은 1만원을 돌려주며 5만원 권 4장만 받았다. 그리고 201호 키를 내줬다. 두 사람은 모텔 주인에게 “창문이 있는 방을 달라”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내놓을 테니 방 청소는 안 해도 된다” 등의 요구를 했다.

다음날인 6월29일 경찰이 모텔에 찾아와 모텔 주인 부부에게 공개 수배 전단을 보여줬다. 심씨와 강씨를 의심하지 않았던 주인 부부는 “여기엔 이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심씨와 강씨는 대부분 모텔방에서 지냈다. 강씨가 이틀에 한 번씩 새 수건을 얻으러 내려오는 정도였다.

음식은 족발과 떡볶이, 피자 등을 배달시켜 먹었다. 1주일을 있겠다던 두 사람은 투숙 5일째인 7월2일 오후 9시쯤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 당시는 폭우가 쏟아지던 때였다. 모텔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녀가 수상했고, 이들이 나간 지 1시간쯤 후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두 사람이 묵었던 방을 살펴봤지만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자정쯤 두 사람이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주인 부부는 그제서야 이들이 공개수배 중인 창원 골프연습장 납치 살인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부부는 고민 끝에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곧이어 관할 중랑경찰서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형사들이 201호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재차 문을 두드리며 “심천우씨,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고 몇 차례 말한 뒤에야 방문이 열렸다.

이들은 저항없이 순순히 손목에 수갑을 찼다. 이로써 사건 발생 9일 만에 3인조가 모두 검거됐다. 방안 휴지통에서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어린이 장난감 ‘피짓스피너’가 발견됐다. 이렇게 해서 이들의 도피 행각도 막을 내렸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두 사람을 수사본부가 있는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했다.

심천우는 살해혐의를 부인했다. 납치와 시신유기를 인정했지만 살해는 하지 않았다고 버텼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하자 “의자에 묶인 피해자를 툭 쳤더니 죽었다”며 기존의 진술을 바꿨고, 경찰이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하자 “손씨가 고함을 지르고 도망치려 해 순간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손과 발이 결박된 손씨가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고함을 치거나 도망치려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심천우는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지만, 마대와 케이블 타이를 준비할 정도의 치밀한 계획으로 볼 때 처음부터 계획된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3인조가 모두 검거되면서 사건 전말도 드러났다.

심천우는 2016년 초까지 경남 서부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으로 일했다. 이후 개인사업을 하려다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어머니 명의로 된 신용카드로 2천600만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그러자 심씨는 부유한 사람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캐디로 일하면서 사귄 5살 연상의 강정임과 범행을 공모했다. 심씨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 골퍼를 타깃으로 정했다.

그는 지인 3명에게 범행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후 6월10일쯤 심씨의 6촌 동생에게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성사되면서 3인조가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부동산 업자를 상대로 달리는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손씨였다.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납치계획과 도주계획을 세우고 범행 장소를 미리 정해 답사까지 했다. 마대와 케이블 타이도 준비했다. 또 경찰의 추적에 대비해 가짜 번호판도 2개를 준비했다. 여기에다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한 위장 가발까지 준비했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서울까지 진입하는 등 도주과정도 주도면밀했다. 영남에서 호남으로 횡단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종단하는 등 동에 번쩍, 서해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돈을 노린 범죄였지만, 완전범죄를 위해 미리 살인을 계획했던 것으로 봤다. 피해자 가족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도 없었고, 납치 2시간여 만에 피해자를 살해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심씨는 초범인데도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범행 후나 검거 후에도 반성이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표정 변화도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경찰은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추궁했다.

그리고 그의 숨은 범죄 2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심씨는 범행을 위해 고등학교 동창 2명과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28)를 끌어들였다. 당시도 3인조였다. 이들은 1차로 2011년 3월24일 오후 경남 밀양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가게 주인을 폭행하고 진열돼 있는 반지 6개(365만원 상당)를 털어 달아났다.

같은 달 30일에는 경북 김천의 금은방에 침입해 같은 방법으로 현금 100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금은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그 길을 걸어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범행을 저질렀다.

심씨는 2건의 범행이 성공을 거두자 이번 납치살해사건도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범행계획은 더욱 치밀하고 계획적이었지만 결국 9일 만에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경찰은 심천우와 강정임 등 3인조에 대해 강도 살인, 사체유기, 특수감금 등 혐의를 적용했다. 완전범죄를 노린 악마들의 잔혹한 범행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검찰은 심천우와 강정임, 심천우의 6촌 동생을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심씨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애인 강정임과 6촌동생은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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