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딸 죽인 남편에게 “고생했다” 광주 의붓딸 살인사건


광주광역시 북구에 살던 유아무개씨(여·39)는 두 번의 결혼에 실패했다. 그녀는 2015년 세 번째 남자인 김아무개씨(31)와 재혼했다. 유씨가 남편보다 8살 연상이다. 당시 유씨에게는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 A양(12)이 있었다.

2018년 3월에는 김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A양은 유씨 부부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의붓아버지인 김씨와 A양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씨는 A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때렸고 추운 겨울 날 집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친부는 2018년 초 A양을 자신이 사는 목포로 데려왔다. 이때부터 A양은 김씨 부부와 연락을 끊었다.

2019년 중학교에 입학한 A양은 친부에게 “김씨한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가 자신의 신체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A양 휴대전화로 전송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친부는 목포경찰서를 찾아가 ‘김씨가 딸에게 두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메시지로 음란물을 보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흘 뒤 A양은 담당수사관을 찾아가 “김씨가 ‘얼굴을 보고 싶다’며 광주로 올 것을 강요했다. 음란물을 자주 보내 무서웠지만, 목포로 찾아올까 두려워 광주 친구 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 집 앞으로 찾아온 김씨가 차에 태워 산으로 향했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성폭행을 하려고 했으나 친모에게 연락이 와 미수에 그쳤다”고 진술했다.

처음에는 단순 음란 동영상 사건으로 취급하던 경찰은 이때부터 이 사건을 중대한 아동 성범죄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 절차가 복잡해 당장 수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A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와 국선변호인, 진술 분석가 등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들과의 일정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관할규정(가해자 거주지, 범죄 발생 장소)을 지키기 위해 사건을 광주경찰청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수사는 일주일가량 더 미뤄졌다. 이후 경찰은 정식 서류를 넘겨받고 추가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친부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실제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김씨는 유씨를 통해 경찰이 자신에게 성범죄 수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부는 A양을 살해하기로 공모한다. 두 사람은 4월26일 오후 4시쯤, 목포의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인 청테이프, 노끈, 마대자루 등을 구입했다. 이후 목포의 한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유씨가 딸 A양을 유인한 후 살해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김씨는 유씨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공중전화를 쓰라”고 충고했다. 다음날인 27일 오후 5시쯤 유씨는 김씨의 말대로 목포 터미널 주변에서 공중전화로 A양을 불러냈다.


약속 장소에 나온 A양이 승용차에 타자 친모 유씨는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넸다. 김씨는 무안군의 한 초등학교 근처 농로로 이동했고, 한적한 곳에 다다르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려 아내 유씨와 자리를 바꿔 앉았다.

당시 차량 안에는 유씨와 김씨 사이에서 낳은 생후 13개월 아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김씨는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했는데, 범행 당시 운전석에 있던 유씨는 조수석 유아용 카시트에 앉혀둔 아들을 돌보면서 딸이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부부는 숨진 A양을 트렁크에 옮긴 뒤 광주 북구 자택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유씨와 아들을 집에 내려준 뒤 벽돌이 가득 담긴 마대 자루 2개를 챙겨 시신유기에 나섰다. 그는 밤새 차를 몰아 자신의 고향인 경북 문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평소 알고 있던 저수지에 유기하려고 트렁크를 열었으나 A양의 휴대전화 불빛이 새어나와 위치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해 다른 장소를 물색한다.

김씨는 다시 광주로 돌아와 아내와 평소 드라이브를 즐겼던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A양 시신을 유기했다. 김씨가 귀가하자 유씨는 “힘들었겠네”라며 남편을 다독였다. 이날 김씨는 시신 유기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유씨와 함께 저수지를 한 번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저수지 수심이 얕은 데다 한쪽 발목에 묶어둔 마대 자루가 풀리면서 A양 시신은 물위로 떠올랐다. 이것을 지나가는 행인이 발견했다. 당시 A양의 머리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벽돌이 가득 담긴 마대 자루가 발목에 묶인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고, 시신에서는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소지품이 나왔다. 김씨는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양 발목에 마대 자루를 하나씩 묶어두는 치밀함까지 보였지만 신원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을 그대로 남겨두는 허술함을 동시에 보였던 것이다.

경찰에게 연락을 받은 유씨는 시신 발견 사실을 김씨에게 알려줬다.

그는 자신이 용의선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가까운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가 목포의 친아버지 집에서 사는 A양을 만나러 갔을 때 아내도 동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유씨도 긴급 체포했다.

김씨와 유씨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지법 형사12부(정재희 부장판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아내가 범행을 유도했다고 주장했고, 유씨는 범행을 막지 못했지만 살인을 함께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누구보다도 보호해야 할 존재인 만 12세의 딸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치밀하게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김씨는 피해자를 추행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도 피해자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유씨에게 믿게 했다. 유씨는 피해자의 친모임에도 구체적인 살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으나 형량에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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