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탈옥

‘교도소 지하땅굴’로 탈옥한 마약왕의 최후

중국 국적의 차이 창판(53)은 마약왕으로 불리는 마약 판매상이었다.

그는 2016년 110kg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인도네시아로 밀수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된다.

차이는 2017년 1월24일 동부 자카르타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쇠막대기를 이용해 화장실 벽을 뚫고 탈주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서부 자바 수카부미에서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 2018년부터 경비가 삼엄한 자카르타 외곽 반튼주 땅그랑 1급 교도소에 수감됐다.

차이는 이곳에서도 탈주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교도소 주방 공사장에서 스크루드라이버와 금속막대를 구해 감방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8개월 동안 밤마다 침대를 밀어내고 구멍을 판 뒤 다시 침대로 가려놓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직경 1m, 깊이 3m, 길이 30m의 땅굴을 하수관에 연결하는데 성공한다.

2020년 9월14일 새벽, 차이는 땅굴로 들어가 하수관을 통해 교도소를 빠져나갔다. 그 과정을 보면 영화 <쇼생크 탈출> 실시판이다.

나중에 차이의 탈옥을 확인한 교도소 측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교도소 외곽 폐쇄회로(CC)TV에는 오전 2시30분쯤, 한 남성이 하수구에서 나와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차이였다. 같은 방 수감자는 “차이가 감방 바닥에 구멍을 파고, 같이 탈옥하자고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탈출 현장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은 “혼자 이렇게 장기간 구멍을 파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명 교도소 직원 등 연루자가 있을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교도소 측은 차이가 땅굴을 파는데 필요한 물펌프를 사서 전달해준 혐의로 교도관 2명을 파악했다. 차이의 탈옥에 발끈한 법무인권부 반튼 청장은 “탈옥수를 붙잡는 즉시 사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정당국과 경찰은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차이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탈출 직후 집으로 달려가 아내를 만난 뒤 종적을 완전히 감췄다. 한동안 차이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자 합동수사팀은 공개수사로 전환하며 그의 사진 등을 공개했다.

그러던 9월18일 차이는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군의 한 숲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교도소에서 약 80km 떨어진 곳으로 탈옥한 지 33일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차이는 이 숲속에 은신해 있었다. 그러다 인근 공장 경비원에게 발각됐고 “신고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한동안 신고를 망설이던 경비원은 용기를 내 경찰에 차이를 목격한 사실을 제보했다.

경찰은 차이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급습했으나 그는 이미 숨져 있었던 것이다.

공장 경비원은 “그가 종종 숲에서 밤을 보내는 것을 봤다”며 ‘그가 신고하면 해치겠다고 협박해 망설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신고 사실을 눈치 챈 차이가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로써 두 번이나 탈출을 감행에 성공했던 중국인 마약왕은 도주 중인 숲에서 최후를 맞고 말았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마약류 소지만으로도 최장 20년형에 처하며,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종종 사형을 선고한다.이 때문에 마약 밀수에 손댔다가 중형을 선고받고 탈옥을 시도한 외국인이 잇따랐다.

2018년 마약을 들여오다 롬복섬에서 체포된 프랑스인은 경찰을 매수해 쇠톱으로 유치장 창살을 잘라내고 탈옥했다가 열흘 만에 숲에서 체포됐다.

징역 19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또다시 쇳조각으로 감옥 벽에 구멍을 파다 발각돼 독방신세가 됐다.

2019년 4월 발리섬에서 신종마약을 국제우편으로 받았다가 체포된 러시아인은 유치장 화장실 창문으로 탈주했다가 이틀 뒤 한 가정집 정원 배수로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경찰이 못 찾도록 옷을 모두 벗고 알몸으로 나뭇잎을 덮어 위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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