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서 도망간 아들 대신 며느리와 결혼한 아버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결혼식이 실제로 일어났다. 결혼식 당일 자취를 감춘 신랑을 대신해 그의 아버지가 단상에 섰고, 예비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부부의 연을 맺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파국을 막기 위해 족보와 관습마저 무너뜨린 이 기상천외한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망친 신랑과 남겨진 하객들
2023년 8월29일, 인도네시아 북말루쿠주 사우스 할마헤라군의 세카르 피피 마을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마을 청년 이스라엘과 여교사인 그의 연인
SA(이니셜)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꽤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이 SA의 집에 수시로 들락거릴 만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 커플이었다.
식장에는 멀리서 찾아온 친척들과 마을 주민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축하 인사가 오가고 음식 냄새가 퍼지던 그 순간,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진다. 주인공인 신랑 이스라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얼굴을 보이지 않던 신랑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신랑 측 가족들이 마을 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의 행방은 아득했다. 축하로 가득해야 할 식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양가 부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랑의 갑작스러운 도주는 양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신부 측은 이번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2500만 루피아, 한국 돈으로 약 220만 원에 달하는 큰돈을 썼다. 당시 이 지역 최저임금이 월 약 26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신랑 측 역시 이미 신부 측에게 지참금을 전달한 상태였다.
이대로 결혼식이 무산되면 양측 모두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돈 보다 더 큰 문제는 가문의 명예였다. 좁은 시골 마을에서 결혼 당일 신랑이 도망쳤다는 소문이 돌면, 신부 가족은 평생 고개를 들고 살기 어려웠다.
하객들의 속닥거림이 커지던 그때, 신랑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섰다.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연 그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내 아들이 도망쳤으니, 내가 대신 신랑이 되어 신부와 결혼하겠다.” 아들 대신 자신이 며느리가 될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사돈이 사위가 된 사연… 무너진 족보와 법적 논란
더욱 놀라운 것은 신부와 신부 부모의 반응이었다. 막막한 상황에 놓였던 신부 측은 이 황당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상식을 앞섰다.
식장에 모인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랑의 아버지는 도망친 아들 대신 신부 SA의 손을 잡았다. 서둘러 전통 혼례 절차가 진행되었고, 사돈 관계였던 두 집안은 하루아침에 장인과 사위 관계가 되었다. 신부는 시아버지를 남편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부 오빠인 위스토 아흐마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객들이 이미 다 도착한 상태에서 신랑 측이 아들의 가출 소식을 알려왔다”며 “결국 신랑의 아버지가 동생과 결혼하는 것으로 식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 측은 도망친 전 신랑 이스라엘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그의 아버지와 합의를 통해 공식적인 부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사건을 확대해 마을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네시아 현지 종교당국(KUA)은 난색을 표했다. 정식 행정 절차나 종교적 법률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혼인이었기 때문이다.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불완전한 결혼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이미 치러진 식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 청년은 왜 도망쳤을까
사건이 알려진 후 사람들의 관심은 도망친 신랑에게 쏠렸다. 오랜 시간 연인 관계를 유지했고 깊은 사이였던 그가 왜 하필 결혼식 당일에 도망쳤는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돌았다.
현지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막대한 지참금과 결혼 비용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시골 마을의 전통적인 결혼식은 가문의 세를 과시하는 행사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청년이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등 떠밀리듯 결정된 성급한 결혼 약속이 그에게 큰 짐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어졌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였을지라도, 평생을 약속하는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한 젊은이의 무책임한 선택이 빚어낸 결말이었다.
하객들의 축하 속에 시작되어 서글픈 타협으로 끝난 그날의 결혼식. 도망친 아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가 남긴 빈자리는 아버지가 대신 채웠다. 형식적인 서류와 예식은 끝났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부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두 사람의 앞날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어색한 침묵이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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