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썩지 않는 수녀의 시신
프랑스 남서쪽 피레네 산맥 근처 오트피레네주에는 ‘루르드’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1858년 2월1일 이 마을에 사는 14살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는 마을을 관통하는 가브강변 마사비엘 동굴 앞에서 땔감을 줍고 있었다. 이때 동굴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왔고, 소녀는 빛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소녀의 눈앞에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하얀색 드레스에 파란 띠를 두른 여인이 나타났다. 여인은 베르나데트에게 흙탕물을 가리키며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씻으라”고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흙탕물 속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심한 천식을 앓고 있던 소녀는 여인의 말대로 샘물을 마신 후 천식이 씻은 듯 사라졌다.

여인은 바로 성모 마리아였다.
이후 성모 마리아는 18차례에 걸쳐 베르나데트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불치병으로 고생하던 마을 사람들도 샘물을 마시거나 씻은 후 건강을 되찾게 된다. 이 샘물은 곧 어떤 병도 낫게 해준다는 ‘기적의 샘물’로 알려졌다.
베르나데트는 수녀가 됐고, 동굴 위에는 성당이 세워졌다.
1862년 교황청은 성모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성모 마리아 발현과 그 발현 때 이루어진 사적 계시를 인정한 곳은 모두 8곳이다. 이 가운데 루르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발현처가 됐다.


그런데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녀가 된 베르나데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등 프랑스 느베르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녀였다.

그러던 1879년 그녀는 심한 결핵에 걸리게 된다. 자신보다 남을 더 걱정했던 베르나데트는 같은해 4월16일 35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만다.
신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베르나데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성당에서는 그녀의 시신을 곧바로 매장하지 않고 수녀원 근처에 있는 성 조셉 성당 납골당에 임시 안치했다. 30년 동안 그녀를 기리는 사람들이 찾아와 애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1909년 베르나데트 수녀를 매장하기 위해 인부들이 관뚜껑을 열기 시작한다. 성당 측의 절차에 따라 매장하기 전 관을 열어 시신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관 뚜껑이 열리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관속에 누워있던 마치 시신이 살아있는 듯 30년 전과 똑 같았던 것이다.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은 채 평온한 표정이었고, 기도하듯 가슴 가운데 모아진 두 손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심지어 피부는 깨끗했으며 부드럽고 탄력까지 있었다.
성당 측은 시신이 썩지 않은 것에 대해 “선택받은 성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성모 마리아를 만난 후 신비한 힘이 몸에 깃들어 썩지 않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조작설 등 갖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성당 측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신과 똑같은 밀랍인형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도 했다.
이렇게 수녀의 시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성당 측은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적 검증을 받기로 한다.
1925년 시체 보존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콩트 박사가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이건 사람의 시신이 분명하다”고 발표하며 조작설을 일축했다. 시신의 피부 조직과 장기 조직을 확인한 결과 진짜 수녀의 시신이 맞다고 했다.
콩트 박사는 시신이 썩지 않은 이유는 “처음 보관할 당시 두 겹으로 된 떡갈나무 관속에 시신을 넣은 후 납으로 밀봉했기 때문에 공기와의 접촉이 차단돼 시신이 썩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콩트 박사의 추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된다. 관속에서 수녀의 십자가 묵주가 발견됐는데 십자가는 심하게 녹이 슬어 있었다. 이것은 관속에 공기가 들어왔다는 뜻으로 시신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아서 썩지 않았다는 콩트 박사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약 80년이 지난 2006년 영국의 재클린 테일러 박사는 “수녀의 시신이 썩지 않은 것은 ‘시랍화 현상’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랍화’는 시체의 지방이 지방산으로 변한 후 수소와 결합해 시신이 밀랍처럼 단단하게 굳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시랍화 현상이 진행돼도 수녀의 시신처럼 골격과 장기까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은 지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베르나데트 수녀의 시신이 썩지 않은 것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현재 수녀의 시신은 유리로 만든 관에 넣어져 성 길다드 수녀원에 안치돼 있다.
1933년 12월 베르나데트 수녀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던 루르드 마을 마사비엘 동굴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600만명의 순례객이 찾고 있는 성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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