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악마가 된 소녀’
한 편의 공포영화보다 더 오싹하다.
이 사건은 주범인 고교 자퇴생 김아무개양(17)이 벌인 끔찍한 계획살인이다. 여기에 박아무개양(19)이 가담했다. 범행의 잔혹성과 사건 전후 나눈 대화를 보면 이들은 한 편의 ‘살인게임’을 즐겼다.
김양은 완전범죄를 노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려했으며, 범행 후에는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열일 곱 소녀는 어쩌다가 악마로 변한 것일까.
김양은 2017년 3월 거주지 인근인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수업시간에는 늘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잤다. 공부에도 별 흥미를 갖지 못했다. 1학기 성적은 6등급을 받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전체 등급이 최하위인 9등급이었다.
김양은 교사와 친구들에게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있었다. 결국 4개월 정도를 다니다 자퇴했다. 이후 학업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김양의 학교친구들은 학교 다닐 때 김양이 보였던 기이한 행동을 증언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양이 같은 동물을 죽여서 해부하는가 하면 수업과는 상관없는 해부학 책을 학교에 가져와 급식을 먹으며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김양이 중학교 미술 동아리 때 그린 인물화를 보면 하나 같이 섬뜩하다.
이 그림을 본 미술치료사는 “그림이 강하고 위협적이게 그려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양은 2017년 2월 온라인에 개설된 한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박아무개양(19)을 만난다.
이곳은 운영자가 직접 창작하거나, 특정 영화나 게임 등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회원들이 가상의 캐릭터가 돼서 상황극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김양과 박양의 경우 ‘시리어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는데, 여기에는 고어물(잔인하고 유혈이 등장하는 콘텐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월29일 오전 김양은 인터넷으로 ‘살인’ ‘엽기’ ‘혈흔 제거방법’, ‘완전범죄 살인사건’ 등을 검색했다.
그 후 엄마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변장한 후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끌고 인근 공원으로 나갔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차림이었다. 캐리어는 아이들이 엄마 같은 스타일로 보이도록 연출한 콘셉트였다. 김양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뒤 ‘사냥 나간다’는 문자와 함께 박양에게 전송했다. 범행 사실을 미리 알린 것이다.
공원 화장실에서는 휴대전화로 인근 초등학교 하교 시간과 주간 학습 안내서를 검색했다. 이 공원에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찾아와 자주 놀던 곳이었다. 김양은 이렇게 자신의 표현대로 사냥할 준비를 끝내고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2시45분쯤이 되자 초등학생들이 공원으로 와서 놀기 시작했다.
이중 A양(8)은 하교 후 친구와 함께 집으로 향하다가 “조금만 놀다가자”며 공원 놀이터에 왔다. 한참 놀고 있다가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엄마가 생각났다. 마침 김양을 보고는 “휴대전화 좀 빌려 달라”고 말을 걸었다. 김양은 “배터리가 없으니 집 전화를 사용하게 해 주겠다”며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공원 폐쇄회로(CC)TV에는 A양이 김양의 뒤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촬영됐다. 김양이 사는 아파트는 A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었고, 50m 정도 떨어진 다른 동이었다.

12시49분쯤 A양과 김양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A양은 김양 옆에서 책을 품에 꼭 안고 엄마가 꽂아준 분홍색 머리핀을 매만졌다. 김양은 이 아파트 15층에 살았지만 두 층 아래인 13층에서 내렸다. A양도 김양과 함께 내렸다.
두 사람은 13층 비상계단을 이용해 15층으로 올라갔다.
김양은 이렇게 A양을 집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다. A양은 집에 있던 고양이와 놀았고, 이때 김양이 테이블PC 케이블 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A양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던 A양은 “살려 달라”는 말도 못한 채 기절했다.
이때 김양은 ‘잡아 왔다’ ‘상황이 좋다’는 문자를 박양에게 보냈다. 범행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박양은 ‘살아 있느냐’ ‘손가락 예쁘냐, 시신 일부를 달라’고 했다. 김양은 다시 ‘살아있어. 여자애야. 손가락이 예뻐’라는 답장을 보낸 후 A양의 목을 세게 졸라 숨을 끊었다.
김양은 A양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후 흉기를 이용해 훼손하기 시작했다. 김양의 손놀림은 능수능란했다. 장기는 따로 꺼내 분리했다 토막 낸 시신은 대형 쓰레기봉투 2개에 나눠 담았다.
나머지는 비닐에 싸서 갈색 봉투에 넣었다.
김양이 다시 아파트 CCTV에 찍힌 시각은 오후 3시쯤이다. 잠옷 차림으로 비닐봉투를 들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가 곧바로 들어갔다. 이때 시신 일부를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경찰은 알리바이를 위해 연출한 것으로 봤다.
집으로 들어간 김양은 시신이 담긴 쓰레기 봉투를 들고 비상계단을 이용해 아파트 옥상 물탱크가 있는 지붕 쪽으로 올라갔다. 옥상 내 물탱크 건물은 벽에 계단과 사다리가 붙어 있는 형태다. 바닥에서 지붕까지는 높이가 4~5m 정도. 김양은 이곳에 올라가 쓰레기봉투에 담은 시신을 유기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김양은 A양을 유기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물탱크에 유기하기까지 불과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계산이 된다. 오후 4시9분쯤 김양은 겉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집에서 나왔다. 김양은 이때 갈색 종이봉투에 담긴 A양 시신 일부를 들고 나왔다.
김양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도착해 박양을 만나 A양의 시신 일부가 들어있는 갈색 봉투를 건넸다. 이때가 오후 5시44분쯤이다. 이들은 이날 저녁을 먹으면서 한가하게 서울 거리를 배회했다.
김양은 A양이 사라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자 자신의 트위터에 ‘모야 우리 동네에서 애가 없어졌대’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는 ‘당분간 자리를 비울 거에요!’라며 태연하고 뻔뻔하게 행동했다.
김양과 박양은 범행 시작부터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박양은 김양의 살인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범행 후 건네받은 것이 시신의 일부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김양의 행동을 보면 시신 일부를 마치 전리품처럼 박양에게 전달했다.
박양이 시신 일부를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김양이 뜬금없이 지하철 타고 서울까지 가서 전달했을 리가 만무한 것이다. 박양의 주장처럼 “장난인 줄 알았다”거나 “살인과 관련된 모든 얘기는 캐릭터 역할극의 일부인줄 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했던 상황극을 실제 살인으로 옮겼다고 봐야 한다.
김양의 범행은 17살 고교 자퇴생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잔인했다. 더욱이 완전범죄를 노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려했다. 김양이 학교 부적응으로 자퇴를 했으나 관련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도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으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김양은 평소 살인이나 엽기에 관한 동영상 등에 심취해 있었다.
즐겨보는 드라마나 소설책 등에는 시신을 훼손하는 등의 잔혹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김양이 살인이나 사체 해부 등이 나오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흉내 내기 위해 범행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양이 한때 조현병(정신질환) 약을 복용했으나, 약물이 없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는 것은 여러 정황이 뒷받침한다. 조현병 약을 먹지 않고도 학교생활을 했던 것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도 한 언론에 “심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결과 김양은 조현병보다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현병 환자의 범행과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 것도 사이코패스에 무게가 실렸다. 김양과 박양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김양은 특가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박양은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김양의 경우 범행은 인정하지만 심신미약 상태로 몰아가며 형량 줄이기를 시도했다. 김양측은 “‘아스퍼거 증후군’(사회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성 장애) 등의 발현으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오간 대화는 “상황극에 심취해 오간 것”이라는 입장이며, A양을 집으로 유인한 것은 살해 목적보다는 “(전화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도움 요청을 받아 집 전화를 사용하게 하려 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살해 이유에 대해서도 “김양이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A양이 고양이를 괴롭힌 것처럼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에게 원인을 전가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박양의 경우에는 무려 12명의 초호화 변호인을 선임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엄청난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김양이나 박양은 범행에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양의 경우 구속이후 수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다고는 하나 얼마나 진심이 담겨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김양의 혐의는 성인인 경우 무기징역에 해당하지만 미성년자인 것을 감안해 소년법 적용을 받았다.
재판에서는 박양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김양의 진술을 근거로 박양에게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박양이 살인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A양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양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양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김양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박양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다.
대신 “김양이 A양을 납치해 살해하는 동안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김양이 실제 살인을 한다는 것을 박양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김양에 대해서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30년 부착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박양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마무리됐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인천 초등학생 살해사건’은 국민의 법 감정과 다르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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