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필리핀 해안가를 떠돌던 독일 항해사의 미라

2016년 3월28일 필리핀 민다나오 섬 동부 해안 바로보 마을 인근 해상에서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때 어부의 눈에 돛이 부러진 채 떠 있는 낡은 요트가 눈에 띄었다. 배에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부는 선실에 들어가 안을 살폈는데, 한 남성이 미라 상태로 죽어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사진 앨범과 옷, 캔 음식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은 남성의 신원 확인에 들어갔다. 그의 신상은 선실 내 서류를 통해 확인됐다. 독일인 탐험가 겸 항해사인 만프레드 프리츠 바요라트(59)였다.

발견 당시 그는 미라 상태로 선실 책상에 엎드린 채 앉아있었고 옆에는 무전기 수화기가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바요라트가 죽기 전 경비대에 SOS를 시도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

그런데 바요라트의 죽음에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바요라트와 아내 클라우디아는 함께 항해를 다니다 2008년 이혼하고 남남이 됐다. 2009년 그는 혼자 항해를 떠났다가 실종됐다. 이후 그를 봤거나 연락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실종 8년 만에 미라로 발견된 것이다. 바요라트의 아내는 남편과 헤어진 2년 후 53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다를 항해하던 바요라트가 아내의 죽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아내의 죽음을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30년간 우리는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 그런데 악마의 힘이 생존의 의지보다 강했다. 당신은 떠났다. 당신의 영혼이 평화와 함께하길. 당신의 만프레드”라는 추모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트에 적힌 내용으로 보면 그가 아내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바요라트가 발견된 상태로 보면 뭔가 다급한 상황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발견 당시 요트는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고, 닻은 부러지고 내부에는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바요라트의 한 지인은 “그는 능숙한 항해사였다, 그가 태풍 속으로 항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요트가 부서진 원인과 바요라트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은 바요라트의 사망시기를 “발견되기 일주일 전”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대로라면 그는 죽은 지 7일 만에 ‘완전한 미라’가 됐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독일 법의학 전문가는 “뜨거운 태양열, 건조한 바람과 짠 바다 공기의 조합이 신속하게 미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또한 가능성을 말한 것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바요라트의 죽음은 이렇게 의문에 휩싸인 채 묻혀버렸다. 그가 8년 동안 어디를 항해했는지 또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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