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관계’ 들키자 20대 수녀 살해한 신부와 수녀
인도 남부 케랄라주 코타얌의 한 마을에는 ‘성 피우 10세’ 수녀원이 있다.
1992년 3월27일 이 수녀원의 우물에서 아바야 수녀(21)의 시신이 발견된다. 현지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하려 했다. 그러나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는 중앙수사국(CBI)이 재수사에 나서 아바야 수녀가 살해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16년이 지난 2008년, 고등법원의 명령으로 CBI가 또다시 조사에 나서 토마스 코투르 신부와 세피 수녀, 호세 푸스리카일 신부를 체포해 기소했다.
CBI에 따르면 사건 당일 아침 일찍 아바야 수녀는 부엌에 나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코투어 신부와 세피 수녀 그리고 호세 신부가 성관계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자 세피는 아바야가 이를 폭로할 것을 우려해 도끼로 살해한 뒤 코투어 신부와 함께 시신을 우물에 유기했다.
추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아바야 수녀의 옷과 일기장 등 주요 증거들을 고의 파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후 10년 넘게 오랜 재판이 이어져왔다.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목격자가 기존의 진술을 바꿨고, 인도 가톨릭 교회는 CBI가 재조사에 나설 때마다 크게 반발하며 “가톨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호세 신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2018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인도 역사상 신부와 수녀가 또 다른 수녀를 살해한 첫 번째 사건”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도 법원은 2020년 12월23일 코투어 신부(71)와 세피 수녀(57)에게 살인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사건이 일어난 지 28년 만에 법적 처벌이 종결됐다. 코투어 신부와 세피 수녀는 법정에서 무죄 주장과 함께 암 투병, 당뇨 등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호소했다.

종신형이 선고된 후 세피 수녀는 아직도 판결에 대해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않고 있으며 코투르 신부는 무고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법정 밖에서 취재진에게 “잘못한 게 없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온 인권 운동가 조몬 푸센푸라칼은 “아바야 수녀 사건이 마침내 정의를 되찾았다. 그녀는 편안히 잠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 언론에 “판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가톨릭 권력자를 포함한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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