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주장하다 사형 집행된 납치 강간 살해범
1998년 12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이던 멜리사 트로터(여·19)가 실종된다. 학교를 나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실종 25일 만에 헌츠빌의 깊은 삼림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휴스턴으로부터 110km 떨어진 곳이다. 그녀의 목 주위에는 팬티스타킹 한쪽만 남아 있었다. 부검결과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얼마 후 멜리사를 살해한 범인으로 20대의 래리 스위어링겐을 체포한다. 그는 수사기관과 재판과정에서 줄곧 “나는 범인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산더미 같은 증거가 있다”며 유죄 입증을 자신했다. 재판 과정에서 스위어링겐 측과 검찰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목격자 증언, 휴대전화 기록, 피고인의 집과 트럭에서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 말고는 다른 사람을 의심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 전력을 가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피고인을 몰아세웠다. 당시 스위어링겐은 전 약혼자를 납치해 기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희생자의 손톱 밑에서 나온 DNA 증거는 스위어링겐의 것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희생자 시신이 검찰 주장대로 25일 동안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14일 정도 그곳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실종과 시신 발견 중간에 피고인이 중대한 교통위반으로 구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나타난 DNA는 증거의 오염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희생자는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옷차림으로 발견됐다며, 이는 피해자가 실종 수일 후 숨졌다는 변호인 측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나온 팬티스타킹 한쪽이 스위어링겐 아내의 것이며, 다른 한쪽은 스위어링겐의 집에서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배심원단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2000년 스위어링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는 자신의 유죄가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형 집행 연기를 요구했고, 5차례나 집행이 미뤄졌다.
그는 또 다시 사형 집행 연기를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8월19일 텍사스 사면·가석방 위원회는 그의 사형집행 연기 요구를 기각했다. 연방 대법원도 형의 집행유예 요청을 불허했다.
같은 해 8월21일 저녁 스위어링겐은 텍사스주 헌츠빌 주립교도소 사형대에 올랐다. 주 당국에 따르면 스위어링겐은 교도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주여,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그의 팔에 독극물 주사가 주입되면서 형이 집행됐다. 그는 형 집행 동안 전혀 눈을 뜨지 않았으며, 집행실 창밖에 있던 희생자 부모를 포함한 참관인들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독극물이 주입된 지 12분 만에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피해자 가족은 성명을 통해 “오늘, 멜리사를 위한 정의가 실현됐다”며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치유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스위어링겐은 2019년 미국 내에서 12번째로 형이 집행된 사형수다. 텍사스에서만 4번째다.
텍사스는 1976년 연방 대법원이 사형제를 되살린 뒤 가장 많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