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끈풀린 풍선에 매달려 이틀간 320km 비행한 남성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산림 지대는 잣을 수확하는 수많은 노동자로 북적인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잣나무는 높이가 20m에서 30m를 넘는 경우가 많아, 나무에 직접 올라가 열매를 채취하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이 때문에 현지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대형 수소 풍선이 유용한 장비로 쓰이기 시작했다. 수소를 가득 채운 풍선에 바스켓을 연결하고, 바닥과 밧줄로 고정해 놓은 상태에서 고도를 조절하며 잣을 따는 방식이다.

2022년 9월4일, 40대 현지 채취꾼 후(Hu)씨는 동료 한 명과 함께 헤이룽장성 무단장 해림시 일대 산림에서 수소 풍선에 올랐다. 가을철 수입을 올리기 위한 지극히 평범한 작업 날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타고 있던 풍선을 지상과 연결해 주던 굵은 밧줄의 고정이 풀리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통제력을 잃은 풍선은 수소의 강력한 부력과 바람을 타고 하늘로 빠르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후씨가 탄 풍선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

같이 타고 있던 동료는 풍선이 지상에서 아직 그리 높지 않은 지점을 지날 때 순간적으로 뛰어내렸다.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목숨을 구한 동료와 달리, 판단 시점을 놓친 후씨는 홀로 풍선에 남겨졌다. 풍선은 순식간에 수백 미터 상공으로 솟구쳤고, 구름 사이로 사라져 갔다.


고립된 400m 상공, 신호가 잡힌 한 통의 전화

지상에 남아 있던 동료와 작업 관계자들은 곧바로 현지 공안과 구조대에 신속하게 신고했다. 하지만 광활한 헤이룽장성 산림 지대 상공에서 날아가는 수소 풍선의 추적은 쉽지 않았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풍선이 어디로 이끌릴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고 다음 날인 9월5일 아침,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구조대원들이 후 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계속해서 시도하던 통화가 드디어 연결된 것이다. 후씨는 고도 약 400m 상공에 띄워진 작은 바스켓 속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구조대는 통화 과정에서 후씨에게 극도의 혼란을 피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착륙 지침을 전달했다.
“풍선의 배기 밸브를 조심스럽게 조절해 가스를 조금씩만 빼내야 합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수소를 빼내면 급낙하하여 충돌할 위험이 있으니 아주 천천히 고도를 낮추세요.”

후씨는 구조대의 안내에 따라 손을 떨면서도 조심스럽게 풍선의 바람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날씨는 후씨의 편이 아니었다. 밤이 되자 산림 지대 상공에는 짙은 먹구름과 함께 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보낸 이틀 밤 동안 후씨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했다. 섭씨 10°C 이하로 떨어진 추위 속에 빗물이 몸을 적셨고, 음식과 물이 없어 지독한 갈증과 배고픔을 견뎌야 했다. 풍선 바스켓 내부 공간이 좁아 48시간 내내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똑바로 서 있어야 했다.

후씨가 공중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다(AI 생성 이미지).

후씨는 이후 인터뷰에서 “어둠 속에서 비를 맞으며 날아갈 때 몇 번이나 의식을 잃을 뻔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전했다.


지상에서는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안과 소방대원, 산림청 관계자 등 5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었다. 수색대는 후씨와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 위치를 추적하며 이동 경로를 좁혀나갔다. 빗길 속에서 캄캄한 숲을 헤치는 고된 수색이 이어졌다.

사실 중국 북동부 산림 지대에서 수소 풍선을 이용한 잣 채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도 한 채취꾼이 풍선 끈이 풀려 북한 국경 근처까지 날아가 행방불명된 사건이 있었고, 2019년에도 장백산 인근에서 풍선이 10km 이상 표류하다 구조된 후 항공 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이 수소 풍선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잣 채취는 가을철 한 철에 집중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대량의 잣을 수확하면 수개월 치 생활비를 한 번에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 대비 안전 장비나 법적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매년 목숨을 건 비행을 이어가는 편이다.

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되는 후씨(AI 생성 이미지).

320km 떨어진 숲에서 펼쳐진 무사 생환

사고 발생 이틀째인 9월6일 저녁, 후씨가 서서히 가스를 뺀 풍선은 출발지에서 약 320km 떨어진 팡정현 산림 지역의 울창한 나무 숲에 비틀거리며 걸렸다. 기지국 신호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을 뒤지던 수색대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수소 풍선과 바스켓을 발견했다. 500여 명의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밧줄을 올리고 후씨를 무사히 지상으로 내렸다. 사고 발생 약 48시간 만에 이루어진 구조였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검진을 받은 후씨는, 48시간 동안 똑바로 서 있었던 탓에 허리에 통증을 호소한 것 외에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애쓴 수색대에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홀로 수백 미터 상공을 떠돌던 40대 가장의 절박했던 비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통제를 잃은 풍선에 몸을 실은 채 막막한 어둠과 빗줄기를 견뎌낸 그의 이틀은, 이 계절이 오면 헤이룽장성 산자락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고단한 삶의 이면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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