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남편 죽인 아내 ‘강남 타워팰리스’ 살인사건


지난 1984년 20세이던 이아무개씨(여)는 불법택시 영업을 하던 변아무개씨(남)를 만나 결혼한다. 변씨는 강남 일대에서 오락실 사업과 모텔 운영 등으로 떼돈을 벌어 수백억대 자산가가 된다.

이씨 부부는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입주한다. 강남의 사모님이 된 이씨는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돈을 긁어 모으는 남편,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어하는 최고급 아파트,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돈.

변씨는 최고급 외제차인 벤틀리를 몰았고, 이씨도 외제차인 벤츠를 타고 다녔다.

그러나 남편은 가정폭력이 심했다.

변씨는 아내 이씨에게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는 여지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아들 앞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정폭력은 점점 더해 갔고, 이씨는 병원에 단골로 다녀야 했다.

이씨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삶이었다. 참다 못해 여러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는 남편을 피해 도망가려고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씨는 이렇게 무려 30년 동안 악마같은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


2014년 10월8일 밤, 변씨(56)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었다. 다음날 오전 7시50분쯤, 이씨(50)는 남편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려다가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남편의 팔다리를 결박하고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베개로 얼굴을 눌려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2시간 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해 결혼하고 30여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예비배심원 2명을 포함 남성 5명, 여성 6명 등 총 11명의 배심원이 참여했다.

재판에서는 검찰과 이씨 측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씨 측은 “결혼 후 장기간 폭행과 욕설,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술 취해 쓰러진 남편을 본 이씨가 앞으로 당할 학대가 떠올라 남편을 죽이고 자살할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망자는 말할 수 없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범행 당일 이씨의 몸에서 어떠한 폭행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2013년 10월 이후 이씨의 병원 진료는 주로 영양주사와 비타민주사 등이 목적이었던 점, 이씨가 과거 남편으로부터 간통죄로 2차례나 고소당했던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씨가 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남편을 살해했다고 몰아부쳤다.

하지만 사건 당시 이씨와 변씨가 10년 전 위장이혼을 한 뒤 사실혼 관계로 살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재산 문제는 배제됐다. 남편이 사망해도 이씨에게는 실질적인 재산 분할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들이 위장이혼을 한 이유는 이씨의 친정집이 사업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채무와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재판에서 예비배심원을 뺀 나머지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이씨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2명이 징역 3년, 4명이 징역 4년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배심원들은 각각 징역 3년6월과 4년6월, 5년을 적정 형량으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의 다수 평결에 따라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남편을 살해할 무렵 폭행당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남편이 저항하지 못하게 결박하고,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점 등에서 용의주도한 면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이씨가 30년간 남편으로부터 갖은 인격 모독을 당했고, 지속적인 폭력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직후 자수한 점과 유족들이 이씨의 선처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이씨의 아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인용하며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타워팰리스에서 일어난 최초의 살인사건으로 지금까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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