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우물파다 ‘2000억 짜리’ 사파이어 발견한 남성


인도양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눈물 모양의 섬나라, 스리랑카. 한반도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는 예로부터 땅을 파기만 하면 눈부신 돌이 쏟아진다고 해서 ‘보물 상자’라 불렸다.

국토의 5분의 1에 보석이 묻혀 있는 아시아 최대의 보석 국가 스리랑카에서, 전 세계 보석 역사를 새로 쓴 믿기 힘든 사건이 일어났다. 평범한 한 가정집 마당에서 무게만 무려 반 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푸른 보석 원석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작은 평범했다. 스리랑카 남부에 자리한 라트나푸라 지역. 이곳은 예로부터 ‘보석의 도시’라는 이름 뜻에 걸맞게 수많은 보석이 채굴되던 곳이다.
2021년 7월, 3대째 보석을 사고파는 일을 하던 가마지는 집 마당에 우물을 파기 위해 인부들을 불렀다. 축축한 흙을 파 내려가던 인부들의 삽 끝에 무언가 커다랗고 단단한 것이 걸렸다.

단순한 바위인 줄 알고 흙을 걷어내던 인부들은 이내 대단히 낯선 감촉을 느꼈다. 흙 속에서 드러난 것은 거대한 암석 덩어리였지만, 그 틈새로 은은하고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결정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평생 보석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집주인 가마지 조차 그 엄청난 크기를 마주하고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땅속에서 건져 올린 이 거대한 덩어리의 무게는 무려 510킬로그램. 보석의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250만 캐럿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가로 1미터, 세로 72센티미터, 높이 50센티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돌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스타 사파이어’ 원석 중에서 가장 큰 크기로 확인되었다.

6가닥의 별빛을 품은 4억 년의 기다림

이 보석이 품은 진짜 가치는 크기만이 아니었다. 원석을 알맞게 다듬으면 표면 위로 또렷한 별 모양의 문양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스타 사파이어’ 혹은 ‘성채청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처럼, 보석 내부의 미세한 바늘 모양 결정들이 빛을 반사하며 여섯 갈래의 아름다운 선을 그려내는 희귀한 현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원석이 단 하나의 커다란 알갱이가 아니라, 수많은 사파이어 원석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진흙 및 바위와 단단하게 엉겨 붙어 만들어진 거대한 ‘보석 군집’이라는 점이다.

스리랑카의 저명한 보석학자인 가미니 조이사 박사는 이 돌을 정밀 분석한 뒤 고개를 저었다. 이 보석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가 무려 4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도 훨씬 전, 지구 깊은 곳의 거대한 압력과 뜨거운 열기가 빚어낸 대자연의 위대한 유산이 우연한 기회로 스리랑카의 한 작은 마당에서 눈을 뜬 셈이다.

보석이 발견된 이후, 가마지의 집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석이 마당에서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면 도둑이나 강도의 표적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가마지는 이 사실을 철저한 비밀에 부쳤다. 집 주변의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믿을 수 있는 정부 당국에만 이 사실을 조용히 알렸다.

돌덩어리에 묻은 두꺼운 진흙과 불순물을 씻어내고, 이것이 진짜 보석이 맞는지 국가 기관의 공인 인증을 받는 데만 꼬박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고된 기다림의 과정 끝에 보석은 마침내 세상에 공개되었고, 사람들은 이 보석에 ‘세렌디피티 사파이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세렌디피티’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한 뜻밖의 행운을 뜻하는 말이다.


스리랑카 정부와 보석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원석의 가치를 최소 1억 달러(약 1150억 원)에서 최대 2억 달러(약 2300억 원) 이상으로 내다봤다. 단 하나의 보석이 한 나라의 경제적 관심을 집중시킬 만큼 거대한 가치를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 놀라운 발견의 뒤편에는 스리랑카 라트나푸라 지역이 지닌 오랜 삶의 방식이 숨겨져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마당이나 논밭을 파다가 보석을 발견하면 이를 정부에 신고하고 지분을 나누는 독특한 전통을 이어왔다.

실제로 이 거대한 사파이어를 처음 발견한 것은 집주인이 아니라, 하루 벌이를 위해 우물을 파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스리랑카 보석법에 따르면, 타인의 땅에서 보석을 발견했을 때 땅주인과 발견한 노동자, 그리고 정부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도록 되어 있다.

이 거대한 보석이 발견된 이후, 현지 언론에서는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평생을 살아온 이름 없는 인부들이 마침내 합당한 보상을 받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일기도 했다. 이 보석은 단순히 한 부유한 중개상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전유물이 아니라, 땅을 일구며 살아온 현지인들의 삶을 바꿀 희망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문명이 탐낸 돌, 대자연이 남긴 깊은 울림

‘세렌디피티 사파이어’는 공개된 이후 전 세계 박물관과 거물급 보석 수집가들의 엄청난 소유욕을 자극했다. 수많은 자산가들이 이 보석을 사들이기 위해 줄을 섰고, 보석은 엄중한 경호 속에 해외로 건너가 전시되기도 했다.

인간들은 이 돌을 보며 수천억 원이라는 숫자를 매기고, 이를 어떻게 쪼개고 다듬어 값비싼 장신구로 만들지 고민했다. 하지만 보석 전문가들은 이 돌의 진정한 가치는 가공되어 인간의 몸에 걸쳐질 때가 아니라, 4억 년의 세월을 덩어리째 품고 있는 지금 그 자체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간이 세운 문명과 역사는 고작 몇천 년에 불과하다.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차가운 땅속 암흑 속에서 묵묵히 푸른 빛을 키워온 이 거대한 돌은, 인간의 탐욕과 계산이 얼마나 찰나에 불과한지를 조용히 꾸짖는 듯하다.


우물공사의 삽자루 끝에서 우연히 깨어난 4억 년 전의 별빛. 인간의 손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나온 이 거대한 사파이어는, 지금도 그 압도적인 무게감으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이 매긴 수천억 원이라는 몸값이, 대자연이 흘려보낸 기나긴 세월의 무게보다 과연 더 가치 있는 것인지를.■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