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에 시신까지 기증하고 떠난 박옥순씨
박옥남・박옥순 자매는 국내 첫 자매 신장 기증인이다.
언니 박옥남씨는 1993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그는 “과거 신장병을 앓다가 형편이 안 좋아 투석을 못 받는 바람에 숨진 여고생을 봤는데, 내가 내 몸 일부를 줘서 그런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기증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6년 후인 1999년 당시 47세의 동생 박옥순씨가 장기 신부전을 앓고 있던 20대 여성에게 자신의 한쪽 신장을 내주었다. 자매가 함께 타인을 위해 신장을 하나씩 나눈 것은 국내 처음이다.
박옥순씨가 신장 기증의사를 밝히자 처음에는 가족들도 반대했다. 그러자 그는 “우리 언니를 봐라. 신장 하나 떼주고도 얼마나 건강하느냐”며 가족들을 설득했다. 자매는 기증 이후에도 신장기증인과 이식인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일원으로 장기기증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동생 박씨는 평소 “신장을 떼어 낸 자리에 다시 신장이 자란다면 몇 번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2019년에 위함 3기 진단을 받았다. 암은 폐까지 전이됐다. 한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쉽지 않았다. 건강이 악화되자 박씨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기다리겠다”고 했고, 사후 시신기증 의사도 밝혔다.

가족 모두 그의 뜻을 존중해 기증에 동의했다.
언니 박옥남씨(76)는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이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나누는 삶을 살고자 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동생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와 나머지 두 동생도 모두 시신을 기증할 마음을 품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3일 박씨는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유언대로 시신은 경희대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박씨는 숨지기 하루 전에도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써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한다.
언니 박씨는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우리 자매의 평생 소명”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는 “고인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감사장을 유족들에게 보냈다.
장기운동본부는 “생을 다하는 날까지 생명 나눔의 거룩한 의지를 보여주신 고인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이어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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