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물고문까지 ‘위탁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서울 강서구에 사는 문아무개씨(22)는 맞벌이 부부였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없었던 부부는 아이 돌보는 일을 잠시 부모에게 맡겼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아이까지 낳게 된 부부는 그때서야 마음 놓고 일에 전념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씨는 할 수 없이 2018년 7월 사설 위탁모(베이비시터)인 김아무개씨(여‧38)에게 딸을 맡겼다. 김씨는 평일에는 24시간 종일 돌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주말에는 직접 양육하는 방식으로 문씨 부부의 딸을 돌봐왔다.
그런데 김씨는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했다.
10월12일 15개월 된 문양이 설사 증세를 보이자 김씨는 열흘 간 하루에 한 끼만 주고 수시로 때렸다. 온종일 우유 200mL만 준 일도 있었다. 문양이 설사를 해 기저귀 교환과 빨래를 자주하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의 잦은 폭행으로 문양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21일 오후부터는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련 증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김씨는 문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다음날 오후 11시40분까지 32시간 동안 방치했다.
10월22일 밤 문양은 장염을 동반한 경련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김씨는 이대목동병원에 데려갔다. 상태는 심각했다. 이미 뇌 80%가 손상돼 있었다. 결국 문양은 병원에 실려 온 지 20일 만인 11월10일 세상을 떠났다.
담당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출석한 김씨는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문양을 병원에 늦게 데려갔을 뿐이다. 학대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거짓말이었다.
문양을 부검한 결과 심각한 광범위 뇌신경 손상(미만성 축삭손상)이 확인됐다. 보통 자동차 사고나 낙상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문양이 이에 준하는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왼쪽 뒷머리(후두부) 골절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충격으로 뇌혈관이 터져 머리 안쪽에 피가 고이는 증상), 지주막하출혈(뇌 표면 동맥 손상) 등이 치명적인 뇌손상을 초래했다. 김씨가 문양의 머리를 발로 차며 폭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문양은 학대 전까지만 해도 체중 11.3㎏의 우량아에 속했으나 김씨의 학대 탓에 체중이 10㎏으로 줄어 있었다. 김씨는 자신이 맡는 아동 수가 늘어 육아 스트레스가 커진 가운데 문양이 설사 증세를 보여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문양의 부모는 딸이 한 달 가까이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는데도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 문씨 부부는 딸의 죽음 앞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김씨를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김씨가 2명의 아이를 더 학대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 주거지 압수수색, 현장검증, 계좌·통화 분석, 피해 아동들의 생애 진료내역 전수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부모가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학대했다.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한 결과 학대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 속 아이는 생후 6개월의 A양이었다. 김씨는 손으로 A양의 코와 입을 막고 욕조 물에 빠뜨리는 등 고문까지 자행했다. 또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검찰은 문양과 A양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김씨에 대해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2016년 당시 18개월이던 B군에 대해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내용이 있었다.
김씨는 B군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아래로 밀어 넣어 얼굴, 목, 가슴에 2도 화상을 입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B군 스스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틀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현장검증에서 B군의 팔이 수도꼭지에 닿지 않는다는 점, 꼭지를 틀고 1분이 지나서야 뜨거운 물이 나온다는 점 등이 드러나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검찰은 “양육비를 안 주면 아이에게 해코지하겠다는 것을 부모에게 경고할 목적으로 영상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씨는 문양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5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지만 한 차례도 입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화상이나 멍 등 단 건으로는 학대로 결론짓기 어렵다는 점, 피해 아동들이 김씨와 강한 애착 관계를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학대 판단을 보류했다. 아동의 친부모도 당시 상처를 확인했으나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중 2차례는 경찰이 김씨의 집까지 동행했지만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10여 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한 차례 폐쇄병동에도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정신 상태가 불안했지만 2012년부터 베이비시터를 하며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1심은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을 믿고 아이를 맡긴 부모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고, 학대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엽기적 행각을 보이기도 했으며, 고문에 더 가까운 학대행위와 방치 속에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지게 했다”면서,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법정에서 계속하고 있어 과연 스스로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건과 관계없는 일반 시민들, 특히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공분을 느끼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해 우리 사회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일하는 엄마들이 더이상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사항을 고려했다며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가 김씨의 범죄사실을 읽는 동안 법정에서는 여기저기서 한숨과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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