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살리고 천사가 된 중학생 이건영군
서울에 살던 이건영군은 사람을 잘 따라 ‘강아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밝고 착한 성격으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음악적인 재능도 남달라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잘했던 감성이 풍부한 아이였다.
2013년 10월1일 여의도중학교 1학년이던 건영이는 등교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파란불로 바뀔 때 건너다 보행신호를 무시한 40인승 버스에 치였다. 몸이 붕 하고 날아오른 건영이는 전봇대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서울 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재차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결국 사고 3일째인 4일 오후 의료진은 깨어날 가망이 없다며 ‘뇌사판정’을 내렸다. 치료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던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이 모든 것이 제발 꿈이기를 바랐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부모는 건영이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심했다.
부모는 건영이가 좋은 일을 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이런 뜻을 의료진에게 알리며 “가능하다면 많은 어린이들에게 장기가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 아이들을 통해 건영이가 가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책도 마음껏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건영이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뛰고 있다는 것만해도 가족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같았다.
매년 10월 초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일대에서는 국제적인 불꽃축제가 열린다. 건영이는 불꽃축제를 좋아해 그해 식구가 함께 보러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행사를 앞두고 사고를 당하면서 그토록 기다렸던 장관을 볼 수 없게 됐다.

이게 마음에 남았던 부모는 불꽃축제가 시작되는 10월5일 저녁 7시30분을 장기적출 날짜로 잡아달라고 했다. 이날 행사가 시작되자 건영이가 누워있던 중환자실에서 누군가 라디오를 켰고, 폭죽 소리가 병실안으로 울려퍼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은 건영이의 몸에서 심장과 신장, 간, 췌장, 허파, 각막 등을 적출해 불치병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살배기 아이 등 9명이 새 생명을 선물 받았다.
세상에 숭고한 생명의 빛을 남긴 13살 건영이는 하늘나라의 천사가 됐다. 유족은 시신을 화장해 경기도 고양시 벽제의 한 소나무 아래에 수목장을 했다. 건영이는 죽어서까지 모든 것을 내주고 나무 아래에 잠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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